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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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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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이 여전히 널리 읽히는건 현대사회에서의 경쟁이 전쟁의 메타포를 차용한 까닭이다. 경쟁에는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질 수도 있다는 것, 전략적 요충지를 정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곳도 방어할 수 없다는것 등 흥미로운 아젠다들이 많지만, 근래에 내게 가장 와닿은건 특공대의 개념이다.

다들 한 번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봤을거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도입부에서 재현되는데, 영화만 보면 모든 전장에 걸쳐서 격전이 일어났다고 착각을 한다. 실상은 유타와 오마하 두 군데에서만 치열한 전투가 발생했고 나머지 전장에서는 연합군이 거점들을 어렵지않게 점령했는데 그 배후에는 특공대가 있었다.

전장의 좌우측에서는 항공기 운영이 가능했기에, 적소에 낙하산 부대가 투입되었고 적시에 전략적 요충지를 타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타와 오마하의 경우 전장의 한 가운데였다보니 우직하게 앞에서 들이받는 방법밖에 없었고 이는 영화속 장면처럼 투입전력의 극심한 소모를 야기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개요

특공대는 영국군이 2차세계대전 당시 창설한 코만도 부대에 효시를 두고 있다. 위험이 큰만큼 모병제로 운용되었고 규모의 한계로 인해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는건 중요한 제약사항이었다. 그래서 이 부대는 빠르게 이동해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소규모의 정찰부대 컨셉으로 운용됐다.

이들의 주된업무는 작은 규모를 활용해 적의 사각지대에 기민하게 파고들고, 예상하지 못한 기습공격들을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현대 정규전에서 기습으로 전쟁이 종결되는 경우가 없지만, 기습은 상대방을 예민하게 만든다. 전쟁이란게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기에, 경계태세가 높아질수록 전군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사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략적 요충지를 정찰하는 업무는 일반적으로 진지가 어디에 구축되어 있는지, 또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론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전선을 단단히한 적군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참호 밖으로 끄집어내야한다. 수류탄을 던져넣어 병사들이 혼비백산해 개활지로 뛰어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즉, 특공대의 역할은 판도를 바꾸는데 있다.

진지를 쌓아올린 적군을 기존의 거대업체들로, 특공대를 스타트업으로 치환해보자. 기존업체들이 신규업체의 진입을 막으려 쌓아둔 경제적 해자는 시대변화에 따라서 무너져 내릴 수 있지만, 대게는 너무 단단해 왠만한 공격으로는 흠집하나 만들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이 짜놓은 경쟁구도에 놀아나서는 답이 안나온다.

최대한 눈에 띄지않게 시작해라. 참호가 어디에 구축되어 있는지 빠르게 파악해라. 그들을 개활지로 빼내려면 어느 방향에서 수류탄을 던져넣어야할지 생각해라. 동트기 직전 가장 깊은 어둠에서 기습해라. 의도는 감추고 의중은 읽어라. 그들이 우리의 계산대로 움직인다면 전쟁의 주도권이 넘어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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