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아이디인큐, 그리고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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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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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원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마이클 슈마허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1994년을 시작으로 이후 10년 동안 월드 챔피언을 7번이나 했으니 말이다. 난 당시 경기 중에 1995년 그랑프리 장면을 종종 돌려보곤 하는데, 그중 백미는 바로 슈마허가 알레시를 추월하는 순간이다.

승부는 커브 길에서 난다. 앞서가던 사람은 보통 안쪽으로 주행하며 거리를 줄이지만, 방향전환을 빠르게 해야 하는 까닭에 감속의 폭 또한 크다. 따라서 뒤따라가던 사람의 유일한 추월 차선은 커브 길의 바깥쪽이다. 더 긴 거리를 돌지만, 속력을 덜 줄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직선 구간에서 치고 나갈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상용인터넷이 개시된 직후 창립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갤럭시S 출시 직전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톡은, 커브 길에서 승부를 걸었던 패기 어린 벤처기업이었다. 물론 같은 방향으로 승부를 걸었던 경쟁자가 수없이 많았기에 그 안에서의 자리다툼 또한 만만치 않을 테다. 하지만 시작이 반인 만큼 이미 타이밍에서 적잖이 걸러짐이 분명하다.

소비자 분석을 업으로 삼고 있는 첫 번째 회사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15%에 불과할 때 설립된 까닭에, 훌륭한 엔젤 투자자와 초기 구성원을 경쟁이 격화되기 전 모을 수 있는 운이 따랐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란 거대한 흐름에 탔던 거다. 이후 조직의 성장과 개인으로서의 기여분은 반비례했을 테니, 결국 나의 가장 큰 역할은 적절한 때에 시작한 것 그 자체였을 테다.

한편, 지난봄 설립한 두 번째 회사는 리스크 평가를 업으로 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소사업자 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연 400조 원에 이를 만큼 거대한 규모지만, 오랫동안 법적·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시장참여자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하게 운영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하지만 리스크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금융산업은 변화하기 쉽지 않다. 특히 라이센스를 얻기 위한 최소 요건과 규제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한데. 금융위원회가 이번 달 중순 입법예고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보면 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다. 커브 길에 들어선 것이다.

아이디인큐 두 번째 장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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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운 좋은 위치에 있었다. 기실 대표라는 역할은 무대 위에서 조명받는 배우와 같아서, 하는 일에 비해 가장 많은 이목을 받게 되는 까닭이다. 책상 하나 놓고 시작했을 때야 몰라도, 기십 명의 구성원과 함께하면 그들이 대부분의 일을 멋지게 해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팀으로 성취한 많은 것이 알려진 개인의 공으로 오해되곤 한다.

내게 있어 지난 5년의 가장 값진 보상은 동료들과 헤쳐온 여정 그 자체다. 용산 한 켠에서 먹고 자며 서비스를 개시한 2011년, 처음으로 고객을 만나고 첫 번째 기관투자를 유치했던 2012년,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손정의 회장과 조우하며 결기를 다잡았던 2013년, 성장 가도에서 34억 원 규모의 Series B 투자를 받아 제품개발팀을 크게 확장한 2014년, 이어 리더쉽 팀을 훌륭하게 재구성하며 서비스 4주년을 맞은 2015년에 이르기까지 – 굽이굽이마다 시행착오와 깨달음이 얼마나 많았던가. 

회사의 첫 번째 장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시작 그 자체, 최소기능제품의 개발과 출시, 제품과 시장의 어울림을 찾기 위한 좌충우돌, 그리고 두 번째 장을 열어갈 조직과 재정을 준비한 것까지일 테다. 일련의 과정을 지나 아이디인큐는 스타트업(start-up)의 국면을 넘어 스케일업(scale-up)의 장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달 말, 나는 뿌듯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정말 훌륭한 대표를 새로이 모시게 됐다.

황희영 신임 대표와 처음 만난 건 2013년 여름이다.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 재직하던 당시 한국쓰리엠 손병익 부장께 서비스 소개를 받았다며 사무실로 찾아오셨다. 어떤 고객보다도 모바일 리서치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서, 제품을 만든 우리조차 가늠하지 못하던 활용법을 먼저 제안하시곤 했다. 우리 클라이언트 데이에 초청 연사로 발표한 적도 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니다.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후에는 부사장으로서 회사의 제품과 전략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황희영 신임 대표(左)가 오픈서베이 클라이언트 데이에 초청 연사로 왔을 때 나와 한 프레임에 담긴 사진

황희영 신임 대표가 초청 연사로 왔던 클라이언트 데이에서

리서치 방법론과 소비자 인사이트에 대한 깊고 방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오픈서베이가 리서치 산업을 혁신해 나갈 청사진을 누구보다 상세하게 그려내는 분이기에. 황희영 전 부사장이 새롭게 대표를 맡아준 건 회사에 있어 대단한 행운임을 확신한다. 이후 우리는 모바일 리서치를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관찰하고 분석하여, 제품개발·마케팅·CRM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소비자 분석회사로 도약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아이디인큐를 설립하고 경영을 맡아왔던 내 소임은 마무리됐다. 

더 잘할 수 있던 순간들이 아른거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테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처음이라 서툴렀음에도 나를 믿어준 팀원들에 대한 고마운 만큼은 아니리라. 서운한 기억을 가진 채 지나쳐간 분들에 진 마음의 빚도 오랜 기간 갚아나가야 할 일이다. 한편, 사업의 오르내림 속에서도 사람과 제품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할 수 있던 건 우리의 꿈을 믿어준 투자자들 덕분이었다. 이 모든 분의 도움으로 미약했던 시작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6/01/25 at 11:59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야기 @ SoftBank 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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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오래전부터 뵙고 싶었는데, 오픈서베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여러모로 중요한 시간이었고. 만난 것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지만, 발표를 준비하며 아이디인큐의 미래를 다시 한 번 점검했던 것이 큰 성과였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앞에서

손정의 회장 앞에서 ‘아이디인큐 10년 비전’을 발표하며

발표가 끝나고 배석한 분들과 함께 손정의 회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인상적인 부분을 메모한다.

  • 나는 때를 잘 만났기때문에 이 앞자리에 앉아 발표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 더 늦게 태어났으면 (이 자리에 앉은 누군가에게) 발표하고 있었을거다. 내가 소프트뱅크를 시작했을 때에는 성공하겠다는 절실함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15년을 인터넷과 전혀 관련없는 일을 하지 않았던가.
  • 우리가 투자한 여러분은 이미 가족회사다. 나를 포함한 IT산업 1세대들은 이미 6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여러분 같이 젊은 세대의 창업자를 만나며) 끊임없이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파트너라고 생각해달라.
  •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장비투자가 핵심이었다. 누가 기지국을 더 많이 세우냐가 중요한 시기였는데. 여기에 매몰되면 Dumb Pipe 로 전락해버릴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컨텐츠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단순하게 망을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지않고 (얼마전 인수한 SuperCell 처럼) 부가가치를 더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소프트뱅크는 Sprint와 BrightStar의 인수로 연 1억 3천만대의 휴대단말기를 구입하게 되면서 협상력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 소프트뱅크 혼자서 구매할 때와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애플과 같은 벤더와의 관계에 큰 전환점이 됐다.
  • 여기서 (일본과 미국을 아우르는 1위 통신사업자가 된 것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아직까지 개척하지 못한 시장이 많다. 매출, 이익 등 모든 면에서 세계 1등 회사가 되는걸 목표로 가고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11/27 at 18:49

첫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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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워렌버핏의 연례서신이 수많은 미디어에 보도될 정도로,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형식적인 재무요약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아이디인큐의 두 번째 주주총회를 진행하면서 이걸 한 번 제대로 써보기로 결심했다. 아직 공개기업은 아니지만 소프트뱅크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의 투자를 받고나서 첫 번째 결산이기도 했고, 우리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를 향할지 주기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 일부를 공유한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성과는, 우리가 꾸준하게 잘해낸다면, 아이디인큐와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1% 지점에도 미치지 못할겁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스마트폰을 쓰고있는 오늘날, 모바일 리서치는 고객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대폭 절감시켜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지속적인 기술고도화는, 시장에 대한 보다 완벽한 이해를 고객들에게 제공할겁니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비용효과성은, 조사가 필요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시행할 수 없었던 기업들에게 유일한 대안이 됨으로써 신규시장을 만들어나갈겁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픈서베이를 산업전반에 있어서 지속가능하며 견고한 신뢰를 받는 브랜드로 만드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픈서베이의 미래는 모바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이름에 모바일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에게 완전한 형태의 소비자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점을 통합적으로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는 이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시장조사 플랫폼이지만, 소비자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어야만한다. 따라서 아이디인큐는 시대에 변화에 맞춰 ‘가장 진화된 형태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제공하는걸 목표로 한다.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주주가치 극대화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오픈서베이가 현재의 시장 영향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시장 영향력이란 행복한 고객들, 신뢰받는 브랜드, 높은 매출과 수익성을 통칭합니다.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아이디인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극대화될것이며, 이는 투자자본에 대한 수익상승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들은 장기적 관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물론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되 단기적인 현금흐름과 선투자의 균형이 전제되야 한다. 무한한 시간과 돈이 있다면 이상적인 회사와 사업모델을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고있는거지 연구재단을 운영하고 있는게 아닌 까닭이다. 매 순간 최선의 제품을 만들고, 그 순간 그걸 인정해주는 고객을 끊임없이 찾아내야한다. 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무작정 도자기를 깨어버린다면 이 곳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걸 그대로 내보낼 순 없다. 결국 균형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치열하게 달려온 유능한 구성원들 덕분이며, 저는 이렇게 훌륭한 팀원들과 일하고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수준의 인재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디인큐는 채용기준을 단 한차례도 낮춘적이 없으며, 이는 1000여명에 달하는 누적지원자들 중에서 30명에 불과한 사람들을 선발했다는 사실이 방증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뛰어난 사람들과 모으고 또 한 팀으로 일하게 만든다는건 절대 쉬운일이 아닙니다. 가장 진화된 형태의 리서치 솔루션으로 고객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겠다는 비전에 헌신하는 인재들을, 이정도로 많이 모을 수 있었다는것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초 일주일동안 진행한 공개채용에 500명 넘게 몰렸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시간이 적지않게 흘렀다. 그 과정에서 나는 대표역할을 잘 수행했나, 그리고 약속들을 지켜왔나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어떠한 창업자에게도 좋은 대표역할을 지속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블랙베리의 마이클 라자리디스조차도 결국은 수성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헨리 포드, 에스티 로더,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앞으로도 쉼없이 도전하고 그 너머를 제시하는 비저너리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4/04 at 18:53

티크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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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큐블릭미디어의 일본진출 소식을 듣고 생각난 김에 정리해본다. SK텔레콤이 한동안 티크리에이터 (줄여서 ‘티크리’라고들 부르곤 했다) 라는 공모전을 개최한적이 있었다. 매년 조금씩 운영방향이 달랐는데 내가 참가했던 2009년에는 신규사업모델을 3개월에 걸쳐 구상하며 경쟁하는 방식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요새 주목받고 있는 벤처회사들 중에 당시 티크리 공모전에서 수상했던 사람들이 창업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거다. 실제로 지난 5월 티켓몬스터가 창립 2주년을 기념하며 벤처PR대회를 주최한적이 있는데, 이 때 참석한 12개 유망벤처회사들 중 3개가 티크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회사였다.

벤처PR대회에 참석한 유망벤처회사 12개 중 3개가 SK텔레콤 공모전 수상자들이 창업한 회사였다.

위의 회사들을 포함해 총 5개의 벤처회사가 티크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는데, 브랜드앱을 국내에 도입한 블링크팩토리오픈서베이로 모바일리서치 시장을 만들고 있는 아이디인큐, 모바일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엑스몬게임즈, 소개팅서비스 이음을 운영중인 이음소시어스, 그리고 동영상 진동벨을 이용한 광고모델 큐비를 개발한 큐블릭미디어가 그들이다.

1. 블링크팩토리

2. 아이디인큐

3. 엑스몬게임즈

4. 이음소시어스

5. 큐블릭미디어

아직까진 모두 창업 2-3년차로 다들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에서 소개된 태터앤컴퍼니나 게임빌처럼, 언젠가는 티크리출신들도 한국벤처업계에서 의미있는 그룹이 되지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지금, 티크리가 간다.

This Journey 1% Fin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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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에 공개한 The Road We’ve Traveled 영상이 연일 화제다. 그가 취임하던 2008년 겨울이 미국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취임 이후 사회 전분야에 걸친 다양한 도전들을 얼마나 잘 해결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다. 이 영상을 보며 이제 막 1년이 지난 우리회사 (아이디인큐) 가 걸어온 길들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사무실에 입주하던 날

첫 번째 사무실에 입주하던 날

몇 년은 지난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면 반은 치기어린 어린 도전정신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벤처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법한 상황이었고, 그런 이야기를 한지 몇시간만에 “그래 해보자” 라고 빨리 행동에 옮긴 것이 일반적인 상황과 조금 달랐던 부분이다. 그렇게 회사가 만들어졌다.

시작하고 한동안 시행착오들이 많았다. 하고 싶던 아이디어들은 많았고 하나에 뾰족히 집중해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교훈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한 때 세가지 사업모델을 동시에 진행하려 애쓰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한 일이다. 여느 벤처선배님들이 강조하던 선택과 집중 (여러가지를 시도한다고 해도 한번에는 한개에만 집중) 에 대한 시행착오는 겪지 않는게 가장 좋았을텐데. 다행인건 이런 시행착오들을 빠르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겪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사무실은 용산 전자상가 뒷편에 복층형 오피스텔이었다. 고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시작해서 기숙사 분위기가 많이 났다. 주말이면 파트타임으로 힘을 모으던 친구들도 와서 같이 먹고, 일하고, 마시고, 잤다. 이 때를 생각하면 정말 한달 뒤가 보이지 않는 막연한 불안 속에서 ‘잘될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쓸 수 밖에 없어라고 생각한다던지, 그런 것 말이다.

사무실에서 먹고자던 날들

사무실에서 먹고자던 날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고, 6개월에 걸쳐 우리는 크게는 세가지 사업모델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개발해왔다. 첫 번째 아이템은 위치기반 사업모델이었는데 1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앱을 개발해 런칭해 추이를 보다가 결과적으로는 여러가지 이유들로 접기로 했고. 두 번째 아이템은 거진 5개월에 걸쳐 웹사이트와 앱을 모두 개발했던 커머스 관련 모델이었다. 마지막 아이템은 지금 아이디인큐가 주력하고 있는 모바일 앱 기반의 설문조사 서비스였다.

두 번째 아이템과 세 번째 아이템의 개발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이슈들이 생겼었는데, 크게는 팀워크와 리소스 이슈였다. 팀워크의 경우, 서로 다른 사업모델을 한 회사 내에서 개발하다보니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느낌 (혹은 공동체의식)이 약해졌던 일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시만해도 ‘우린 진짜 좋은팀이니까’ 둘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

개발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뎠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작업분량은 훨씬 많았고, 안 그래도 적은 자원을 잘 활용해야하는 벤처입장에선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한 가지 아이템을 선택해 그것에 집중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는데.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우리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아이템을 하나만 고르자면 ‘모바일 설문조사’였다는 결론이 난게 작년 8월의 일이다. 여담이지만, 두 번째 아이템의 경우 아직까지도 우리 개발서버 안에 코드가 잘 보관되어 있는데 지금도 다운받아서 컴파일하면 잘 돌아간다 ㅎㅎ

그러던 와중에 정말로 우연히 엔젤투자 제안을 받았다. 아이디인큐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성호가 티켓몬스터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기현이형과 만난게 시작이었다. 벤처에 합류하기 전에 공인회계사였던 성호는 이 쪽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고, 기현이형을 만나러갈 때만해도 내게 전화해서는 “괜찮은 형인데 티켓몬스터에서 일하나봐~ 얘기해보고 같이할 수 있는지 설득해볼게” 라고 했었다. 몇 시간 후, 알고보니 그 회사를 ‘공동창업’했던 사람이었다고 깜짝 놀란 목소리로 전화가 왔던 기억이 난다.  (이 에피소드는 올 초에 머니투데이에 기사화된 바 있다.)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때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때

사실 전화를 받았을 때만해도 해프닝으로 끝날줄 알았는데. 기현이형이 티켓몬스터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였던 현성이형과 얘기를 하다가 ,아이디인큐 팀구성과 사업모델이 흥미롭다며 한 번 만나서 엔젤투자 논의를 해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물꼬가 트인 투자논의는 급진전되었고,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집행되는것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엔젤투자를 받았다.

오랜 시행착오들로 조금은 지쳐있던 시점이다보니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우리가 만들어가는 방향에 대한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라는 측면에서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또한 티켓몬스터라는 성공적인 벤처회사를 시작하고 만들어가는 현성이형과 기현이형으로부터의 조언들은 정말이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벤처 선배다 보니 다른 어떤 조언들보다 와닿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그렇게 오픈서베이의 을 런칭한게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3개월 전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런칭하던 월요일 (2011년 12월 19일) 정오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보도가 이어졌고 우리 보도자료가 거의 다 묻히게 됐던 상황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순 없다고 생각을 하고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된 인식조사’ 를 급히 진행했다. 우리의 가설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의견들이 수집되었고 이는 기존 온라인 설문조사들에 비해서 10배가 아니라 100배 넘게 빨랐다.

고객들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백명의 의견을 차한잔 마실시간에 수집해 활용하는 모습

고객들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백명의 의견을 차한잔 마실시간에 수집해 활용하는 모습

지난 세 달 동안 앱은 열 번도 넘게 업데이트가 됐고, 웹은 서른 번도 넘게 개선이 됐다. 지금은 SBS 와 조선일보 등 주요 미디어들이 오픈서베이를 이용해 원하는 지역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은 오픈서베이를 이용해 원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 서비스개발 및 개선에 필요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오픈서베이라는 사업모델은 혁신적인 속도와 비용이라는 점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기존 리서치서비스는 보통 천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서 몇 주에 걸친 시간이 지나고야 결과가 제공됐다. 극소수의 대기업들만 쓸 수 있는 가격이었다는 점인 차치하고서라도, 최소 2-3주가 소요된다는 점은 빠른 의사결정을 요하는 지금에 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수천배 더 빠른 결과제공으로 인해 ‘시간비용’을 줄여주고 있으며, 열배 이상 저렴한 비용들로 인해 ‘설문조사를 하고싶지만 비싸서 할 수 없었던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합리적인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있고, 더 나은 판단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이제 시작이다 (This Journey 1% Finished)

이제 시작이다 (This Journey 1% Finished)

이 포스트를 쓰고 있던 와중에 언론을 통해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이 아이디인큐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긴 포스트다보니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마무리하기까지 몇 일이 걸렸다 ^^;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향 비행기 탑승을 30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의 와해적 혁신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도를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려 한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실험을 위한 밑작업들을 진행해왔고,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사람들의 아이디인큐의 도전에 뜻을 같이해주어 함께 움직이고 있다. 한동안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유쾌한 도전들을 계속할 생각이다.

오픈서베이를 통해 고객들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의 여정만큼이나 더 신나고 즐거울 앞으로의 모험들이 기다려진다. 아이디인큐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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