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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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서베이 데이 원 (OPENSURVEY Da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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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오늘 오픈서베이가 첫 선을 보였다. 디자이너가 없었기에 홈페이지는 투박했고, 이제 막 앱스토어에 올라간 앱은 세 번 중 한 번은 멈추거나 꺼지곤 했다. 우린 용산 한 켠의 작은 오피스텔에 있었고, 집에는 일주일째 못 들어갔다. 마케팅 비용도 마땅치 않아 친구들에게 앱을 써보라고 전화를 돌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진 것만으로 행복했다.

오픈서베이를 런칭한 날

오픈서베이를 런칭한 날 (2011년 12월 19일)

우리는 모든 기업들이 소비자 조사라는 도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기존 방식의 리서치는 전문인력 중심으로 진행됐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원을 고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고객들이 제한적인데다 저변은 넓어지지 않으니, 서로 있는 고객 빼앗는데 골몰하는 상황이었다. 원가구조를 혁신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을거라 직감했고. 면밀한 검토끝에, 기술에 베팅하기로 결심했다. 사람이 하는 업무 중 적지않은 부분이 기술로 대체되거나 효율이 대폭 높아질거란 계산이었다.

안그래도 보수적인 리서치 산업에, 경험이 일천한 젊은 사람들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방법론을 갖고 뛰어들었다. 다들 무모하다고 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오픈서베이는 500여개 기업에서 사용되는 국내 1위 모바일 리서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자랑스러운건 우리 고객 스펙트럼이 현대카드와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벤처회사까지 대단히 넓다는 것. 실제로 오픈서베이 고객 셋 중 하나는 리서치를 하고 싶었지만 비용부담으로 할 수 없던 회사였다. 산업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원가구조를 혁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픈서베이의 정수는 스마트폰으로 소비자 응답을 수집하는 것에 있지 않다. 수집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검증하고, 시각화하며, 분석하는 알고리즘과 백엔드 시스템이 핵심이다. 시스템이 갖춰지고 고도화되면서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기존 리서치 회사에서는 연구원 한 명이 많아야 연간 20건의 프로젝트를 처리하는데, 우리는 5배 수준인 100건을 수행한다. 압도적인 차이다.

오픈서베이는 단순히 모바일 리서치가 아니다. 누구나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만들겠단 절실함이며, 리서치 산업의 새로운 표준이 되겠다는 의지다. 오늘은, 이 거대한 도전의 과정에서 데이 원 (Day One) 일 뿐이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12/19 at 23:58

It’s the awl,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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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내내 내가 follow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만 최소한 수십명이 한마디씩 덧붙인 Marc Andrees 의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를 읽어보고 든 생각을 느즈막히 풀어본다.

십수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접근성이다. 정규교육과정을 배운 한국인이라면 산업을 1차/2차/3차로 분류하고 선진국일수록 3차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부분에 밑줄친 기억이 날거다. 닷컴버블이 시작될 90년대 중반 인터넷접속자는 5천만명이었지만, 지금은 유선인터넷 20억 명, 모바일인터넷 50억 명 시대가 되었다. 제품을 개발하면 그것이 노출되는 모수가 100배나 뛰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3차 산업의 비중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중이 더 의미있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가장 비용효과적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도구로써 소프트웨어가 급부상한 것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높아진 접근성은, 소비자들이 그저 그런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90년대에 암암리에 유통되어 매우 적은 사람들 (소위 매니아) 에게만 노출되던 일본음악같은 것들은 대중들이 너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되어버렸다. Zard 음악 하나 들으려면 향레코드 가서 기웃거려야 했지만, 지금은 Youtube 에서 검색한번에 6,610 개의 공연영상을 볼 수 있게됐다. 이래서 그저 그렇지만 나름 괜찮았던 대부분의 제품들은 외면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싸이월드를 그만두고 페이스북에 옮겨온 (혹은 아직은 병행하는) 한국인들이 500만 명이다. 10년에 걸쳐 쌓아올린 1800만 회원 3명 중 1명이 해외에서 개발된 더 좋은 제품으로 갈아탔다. 사용자 잠금효과가 큰 SNS 인데도 이모양이다. Reeder for iOS 가 이미 미친듯이 멋진 UX 를 제공하고 있는데 RSS Reader for iOS 를 만드는 일은 (조금 과장하자면) Facebook 을 대체할 SNS 를 꿈꾸는 것과 같다. 하지 말란 말이 아니라, 내가 하기 싫다는 말이다. 난 로또가 아니라 승산있는 판을 신중히 골라 들어가고 싶은 까닭이다.

그래서 새로운 제품을 성공시키려면 좁히고 좁힌 극소수의 고객들에게 와우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기업이 아닌이상 리소스는 매우 제한적이라 100의 메시지를 100명에게 전달하는 것보다는 100의 메시지를 10명에게 소리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수천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있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 사용자 마음에 송곳 (awl) 처럼 파고들어 와우경험을 줄 수 있는 소수 정예팀 (A-Team) 이 필요하다. 이걸 아는 회사는 아무나 뽑지 않는다. 적당히 괜찮은 엔지니어 혹은 사업개발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120% 먹히는 사람만 함께 하려고 한다. 한끗이라도 녹슨 송곳은 말끔히 구멍을 뚫지 못한다. 흙탕물에 뒹굴며 흰옷에 얼룩지지 않길 바라는건 요행을 노리는 것과 같다.

사실 바로 위의 문단은 나의 가설이다. 그래야만 한다고 믿고 있는 신념이기도 하다. 그저 격류에 휩쓸려 떨어지진 않은 것만으로 배에 힘주며 감놔라 배놔라 하고싶지 않다. 그래서 직접 가설을 증명하는 실험을 시작한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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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사용하던 티스토리 블로그에 작년 8월에 올린 글이다. 아이디인큐에 풀타임으로 조인하며 적었던 의미있는 글이라 중복이지만 다시 한 번 포스팅해봄!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1/10/08 at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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