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오픈서베이, 그리고 기업가정신

Posts Tagged ‘리쿠르팅

틈을 넘으며

leave a comment »

출시하고 7개월 만에 3만 번째 고객사를 맞았다. 전국에 행정동이 3천 개 조금 넘으니, 어느 동네에 가든 캐시노트를 쓰는 사업장이 10개씩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200만 개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여정은 말 그대로 1%밖에 지나지 않았다.

3만 번째 고객사에 덧붙여 (2017.12)

이후 1년 2개월 동안 캐시노트를 도입한 사업장은 7배 늘어 20만 개를 넘었다. 지난해 여름 10만 개를 기념하는 글을 적다가 탈고를 못다 했는데, 이번에는 꼭 메모를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만’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목표하는 시장의 어디쯤을 지나는지 가리키는 중요한 이정표인 까닭이다.

기술수용주기 모델과 ‘캐즘(chasm)’의 개념을 제시했던 제프리 무어 박사는 신기술이 처음 보급된 후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단절이 발생하는데, 그게 전체 시장의 13~19% 지점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따라서 그 틈을 지나고 있는 서비스의 성장세가 견조하다면 좋은 신호, 반대라면 좋지 않은 뜻일 테다.

캐시노트에 대입해보자.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는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사업장’인데. 국내 활성 카드 가맹점(월 1회 이상 카드 결제가 발생하는 매장)이 약 150만 개로 추산되므로, 이 시장의 틈은 약 20~30만 개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신규 고객사 추이를 보면, 서비스를 출시한 첫해 월 3천 개 수준에서 이듬해 월 1만 개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월 2만 5천 개씩 늘고 있다. 이번 달에 새로 캐시노트를 도입된 고객사만 3만 곳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성장세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국내에서 매월 신규 계약되는 카드 가맹점은 약 4~5만 개 수준이니,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여지도 열려있다.

즉, 캐시노트는 초기 시장을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중이다. 몇 달 안에 드러나겠지만, 지금 추세라면 곧 틈의 구간을 완전히 넘어서 주류 시장에 안착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은 우리가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있어 무서운 신예(enfant terrible)를 넘어 대세(mainstream)로 인정받는 원년이 될 것이다.

기술수용주기 모델상 시장의 약 13~19% 지점에 틈(chasm)이 있고, 캐시노트는 그 구간을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외식업을 기준으로 보면, 시장 침투율은 이미 25%를 넘어 대세에 접어들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가 매일 마주하는, 직접 처리하기 어렵고 번거로운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해 왔다. 오늘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갈지와 같은 기초적인 현금흐름 관리부터, 재방문 고객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방문했던 고객들이 우리 가게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주위 상권과 비교했을 때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까지.

기능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로켓을 만드는 일처럼 보이지 않지만 1)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2) 사업자를 최우선순위로 놓음을 타협하지 않으며, 3) 일관성 있게 의사결정을 지속하는 일은 로켓을 만들기보다 쉽다고 볼 수 없다. 예컨대, 단골 비율을 알려주는 기능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사람들은 식당 문을 열고 나면 처음 물어보는 게 매출이 얼마냐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매출 같은 걸 따지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손님의 재방문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 한 번 왔다가 다시 찾는 비율이 70퍼센트가 넘으면 그 매장은 성공한 것이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백종원씨 말처럼 단골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장사를 안 해본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캐시노트 이전에 재방문 고객 비율을 제대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사업장의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재방문 비율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사장님이 해당 상권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게끔 돕는 것. 우리가 깨어 보인 콜럼버스의 달걀 중 하나다.

데이터 비즈니스는 사람과 자본이 많을수록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깊고 정교한 구상으로 제품을 단단히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채용에 있어 대단히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타협하지 않는 이유이자, 통상적인 경우보다 이른 시점에 시니어 리쿠르터 포지션을 열게 된 이유다.

전국 20만 개 넘는 사업장에 도입되어 있고, 매월 3만 개에 달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60조 원 이상의 오프라인 결제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열 명이 조금 넘는 규모다. 소수정예를 유지함으로써 1) 고객에게 더 많은 조각(pie)을 양보해도 괜찮은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었고, 2) 팀원마다 더 큰 배움과 보상이 주어지는 조직 구조를 확립했으며, 3) 외부에 의지하지 않아도 괜찮은 재무 구조를 견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사업자를 가운데 두고 뭉친 젖은 눈덩이(wet snow)는 틈을 넘어서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덩이가 굴러갈 언덕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 보인다. 지금 이 여정에 합류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네 번째 사무실

with 2 comments

첫 번째 사무실은 용산 전자상가 뒤편이었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넉넉치 못한 자금을 갖고 시작했고, 지금처럼 인큐베이터가 흔치 않았기에 여섯 평 남짓한 오피스텔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이었다. 조립가구를 사서 직접 낑낑대며 나사를 조이고 다른 회사가 쓰던 중고 서버를 샀지만,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첫해 12월까지 10개월을 머물렀다.

첫 번째 사무실 (용산, 2011년 2월 - 2011년 12월)

첫 번째 사무실 (용산, 2011년 2월 – 2011년 12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용산 사무실에서는 등을 부딪치며 일하기 일쑤였다. 조금 더 넓은 두 번째 사무실을 구하는 과정에서 광화문 일대와 강남 일대를 놓고 고민했는데. 분당과 수원 쪽에서 올라오는 구성원에게는 신분당선이 있는 강남역 근처가 낫겠다 싶었고, 테헤란로가 벤처에 주는 상징성도 있기에 강남권으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주머니 형편이 넉넉치 못한건 마찬가지라 대로변 건물을 구할 순 없어서, 역삼초등학교 근처 주택 한 층을 빌렸다. 아래 사진처럼 거실은 개발그룹이 안방은 사업그룹이 쓰다가 5개월 만에 떠나게 됐는데. 가장 짧게 머물렀지만 가장 많이 밤을 지새운 시기여서 그런지 일 년은 있던 기분이다.

두 번째 사무실 (역삼, 2011년 12월 - 2012년 5월)

두 번째 사무실 (역삼, 2011년 12월 – 2012년 5월)

첫 번째 공개채용이 대흥행하면서, 여섯 명 남짓이던 회사가 열댓 명으로 불어났고 석 달 만에 세 번째 사무실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첫 번째 기관투자를 받은 직후였던 까닭에,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사무실로 옮겨보자 생각했고. 십수 개의 후보를 둘러보다가 첫눈에 반한 곳이 바로 엊그제까지 사용하던 서초 사무실이다. 강남역 우성아파트 모퉁이에 있어서 채광도 좋았고 신축건물이라 산뜻한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입주할 때만 해도 공간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2년이 흐르는 사이에 사람들이 두 배로 늘면서, 회의실 두 개 중 하나는 사무공간으로 전환해야 했다. 좀 더 큰 사무실이 필요한 시점이 온거다.

세 번째 사무실 (서초, 2012년 5월 - 2014년 6월)

세 번째 사무실 (서초, 2012년 5월 – 2014년 6월)

그리고 어제 네 번째 사무실로 이사를 마쳤다. 서비스 특성상 구성원들은 온종일 앉아있어야 하는데도, 썩 좋은 사무 가구를 제공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옮길 때에는 모두 퍼시스 가구로 바꿨더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외부미팅이 많고 활기찬 사업그룹은 입구 앞 트인 공간에 자리를 잡았고, 집중을 요구하는 업무가 많은 개발그룹은 조용하게 분리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두 그룹 사이에 휴게공간을 마련한 까닭은 일할 때에는 각자여도 쉴 때는 같이 이야기 나누면 좋겠단 생각 때문이다.

이번 사무실은 강남 교보빌딩 건너편 포스코 사옥에 위치해 있는데, 지하 1층에 풀무원에서 운영하는 건강한 구내식당이 있다는 것과 신논현역 2번 출구 바로 앞이어서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 나같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걸어서 삼 분이면 교보문고에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일테다.

네 번째 사무실 / 사업그룹 공간 (반포, 2014년 6월 - 현재)

네 번째 사무실 / 사업그룹 공간 (반포, 2014년 6월 – 현재)

네 번째 사무실 / 개발그룹 공간 (반포, 2014년 6월 - 현재)

네 번째 사무실 / 개발그룹 공간 (반포, 2014년 6월 – 현재)

네 번째 사무실 / 휴게 공간 (반포, 2014년 6월 - 현재)

네 번째 사무실 / 휴게 공간 (반포, 2014년 6월 – 현재)

+ 함께 할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머신러닝 전문가를 뽑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주시길!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