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아이디인큐, 그리고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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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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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례서신은 평소보다 한 달가량 늦었다. 주주총회를 마치고 3월 말까지 보내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 4월에 분주하게 처리할 일이 여느때 보다 한참 많았던 까닭이다.

지난 2014년을 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픈서베이 서비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 제품을 만드는 개발팀이 큰 폭으로 보강된 것, 그리고 모바일 고유의 강점을 활용한 신규방법론이 다수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2014년을 돌아보며 썼던 연례서신 중 일부를 기록해 본다.

아이디인큐는 지난 2014년 12월 오픈서베이 3주년이라는 이정표를 지났습니다. 보수적인 산업에서 ‘모바일 리서치’라는 새로운 섹터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시작점에 있을 뿐입니다. 전 국민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웃돌 2015년은 산업에 있어 극적인 전환기가 될 겁니다.

2014년 동안 총 217개의 크고 작은 신규고객사를 확보했습니다. (중략) 그 결과 ###(▵265%), ###(▵616%), ###(▵164%), ###(▵221%) 등과 가능한 조사 범위와 빈도를 확장했고, 이 경험이 새로운 고객 확보에도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오픈서베이를 서비스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얼마나 빠르게 퍼질 것이냐는 점이었다. 리서치 방법론이 모바일로 옮겨올 거란 명제엔 누구나 동의하지만, 보수적인 산업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 속도가 생각보다 더딜 수 있겠단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까지는 우리가 먼저 새로운 방법론을 소개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는데. 2014년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리서치를 고객사에서 먼저 찾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달걀로 바위 치기라 생각했는데 바위에 금이 가기 시작한거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처리하고 효과적으로 분산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2013년 여름 시작된 기술 프로젝트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연중 응답자 쿼터기능, 결과 파일 처리속도, 설문 시뮬레이터 사용성, 그리고 링크 서비스 보안수준과 호환성 개선 등 약 30건의 기능이 업데이트되며 고객 경험이 꾸준히 개선되었고. 특히 개발 인프라에 있어 결과처리를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변수 기반의 데이터 저장방식이 도입된 것이 큰 특징입니다.

지난해 가장 큰 조직변화는 개발팀에 있었다. 시스템 전반이 고도화되면서 새로 채용하는 분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개발·제품관리·디자인 직군 모두에서 30% 이상을 충원할 수 있던 건 큰 행운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한 것도 큰 수확이다. 지난 3년 동안은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수집을 강조하고자 ‘화살’에서 영감을 얻은 로고를 사용해 왔는데.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강조하고자 ‘그래프’에서 모티브를 얻어 새로운 로고와 팔레트를 만들었고, 이는 지난 4월 말 전면 개편된 오픈서베이 홈페이지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모바일 고유의 강점을 활용한 신규 조사 방법론이 개발되었는데, i)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결합한 모바일 하이브리드 조사와 ii) 스마트폰 사용기록(검색쿼리, 앱 사용기록, 브라우징 로그)를 수집하는 모바일 트랙킹 조사가 그것이며, 이는 지난 10월 진행된 클라이언트데이를 통해 주요 고객사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경제활동인구의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 모바일은 소비자 의견을 가장 정확하게 수집하는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 모바일 리서치는 정확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프리미엄 방법론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결국 핵심은 콘텐츠인 것처럼. 리서치 방법론 변화는 소비자 이해방식의 변주일 뿐이며, 따라서 중요한 건 특정한 방법론이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얼마나 확실한 실마리를 제시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소비자 구매결정과정이 전례 없이 복잡해지고 있는데. 변화가 급격한 산업일수록 통합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법론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2015년, 우리가 만들어온 모바일 리서치라는 전장에 기존 회사들이 속속들이 참여하고 있다. 본경기는 이제 시작이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5/05/11 at 01:32

두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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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벚꽃 필 무렵 첫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라는 글을 썼는데 벌써 한 해가 지났다. 재작년을 마무리하면서 이보다 더 역동적인 시간들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지난 해에는 그걸 훌쩍 뛰어넘어 때로는 탈진에 이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던건 존경하는 동료들 덕분이었으리라. 지난 3월 주주들에게 발송한 연례서신 중 일부와 못다한 이야기를 기록해 본다.

가장 높은 수준의 충성도를 갖고 있는 고객이 (Repeating Client) 같은 기간동안 2배 늘어났습니다. 이는 사업기반이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형태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실제로 2013년 4분기에 오픈서베이를 사용하고 2014년 1분기에도 한 번 이상 사용한 기업고객은 50개에 달합니다.

일반적인 시장조사의 리드타임이 연 1-2회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위에서 말한 재구매 고객은 그저 이탈하지 않은 고객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신뢰관계가 형성된 회사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오픈서베이와 함께 의사결정을 내린 고객사 열 곳 중 하나는 분기마다 우리와 함께 한다는 뜻이다. 행복한 일이다. 좋은 사람 주위에는 오래된 친구가 많은 것처럼, 회사와 고객 사이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시스템 복잡도를 극복하기 위해 연단위의 기술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이는 시스템 인프라를 분산처리가 용이한 형태로 변환하고, 보다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13년 여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이 시스템은 가능한 모든 설문 형태를 완결성있게 표현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기능개발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 번에도 강조했듯 오픈서베이의 핵심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백엔드 알고리즘에 있다. 그렇기에 시스템 설계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리서치 회사가 아닌 기술 회사 눈높이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불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기 위해 전체 구성원 셋 중 하나가 엔지니어다. 이러한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더 발할 것이 분명한데, 기술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들어가는 원가요소를 ‘점진적으로 하지만 영구적으로’ 개선하는 까닭이다.

물론, 오픈서베이의 미래는 단순하게 스마트폰으로 응답을 수집하는데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채널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고객에게 최상의 의사결정 기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다양한 채널의 응답을 수집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을 확보하는데 큰 기회가 있다고 믿습니다. 2013년 4분기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패시브 데이터 수집과 결과분석 자동화는 아이디인큐를 오는 2014년에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게 만드는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2013년의 우리는 국내 모바일 리서치 산업의 80%를 점유했다. 가능성을 증명하니 카피캣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엔 누구나 알만한 대형 IT기업도 있더라. 오픈서베이가 그들의 기준이 될만한 플랫폼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얼마 전에는 기능 이름까지 똑같이 따라한 회사가 수주경쟁에 참여한 적도 있는데, 이겨서 증명한 건 물론이다.

우리의 올 해 목표는 –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작년의 오픈서베이’를 뛰어넘는 일이다.

첫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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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워렌버핏의 연례서신이 수많은 미디어에 보도될 정도로,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형식적인 재무요약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아이디인큐의 두 번째 주주총회를 진행하면서 이걸 한 번 제대로 써보기로 결심했다. 아직 공개기업은 아니지만 소프트뱅크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의 투자를 받고나서 첫 번째 결산이기도 했고, 우리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를 향할지 주기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 일부를 공유한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성과는, 우리가 꾸준하게 잘해낸다면, 아이디인큐와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1% 지점에도 미치지 못할겁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스마트폰을 쓰고있는 오늘날, 모바일 리서치는 고객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대폭 절감시켜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지속적인 기술고도화는, 시장에 대한 보다 완벽한 이해를 고객들에게 제공할겁니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비용효과성은, 조사가 필요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시행할 수 없었던 기업들에게 유일한 대안이 됨으로써 신규시장을 만들어나갈겁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픈서베이를 산업전반에 있어서 지속가능하며 견고한 신뢰를 받는 브랜드로 만드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픈서베이의 미래는 모바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이름에 모바일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에게 완전한 형태의 소비자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점을 통합적으로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는 이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시장조사 플랫폼이지만, 소비자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어야만한다. 따라서 아이디인큐는 시대에 변화에 맞춰 ‘가장 진화된 형태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제공하는걸 목표로 한다.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주주가치 극대화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오픈서베이가 현재의 시장 영향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시장 영향력이란 행복한 고객들, 신뢰받는 브랜드, 높은 매출과 수익성을 통칭합니다.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아이디인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극대화될것이며, 이는 투자자본에 대한 수익상승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들은 장기적 관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물론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되 단기적인 현금흐름과 선투자의 균형이 전제되야 한다. 무한한 시간과 돈이 있다면 이상적인 회사와 사업모델을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고있는거지 연구재단을 운영하고 있는게 아닌 까닭이다. 매 순간 최선의 제품을 만들고, 그 순간 그걸 인정해주는 고객을 끊임없이 찾아내야한다. 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무작정 도자기를 깨어버린다면 이 곳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걸 그대로 내보낼 순 없다. 결국 균형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치열하게 달려온 유능한 구성원들 덕분이며, 저는 이렇게 훌륭한 팀원들과 일하고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수준의 인재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디인큐는 채용기준을 단 한차례도 낮춘적이 없으며, 이는 1000여명에 달하는 누적지원자들 중에서 30명에 불과한 사람들을 선발했다는 사실이 방증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뛰어난 사람들과 모으고 또 한 팀으로 일하게 만든다는건 절대 쉬운일이 아닙니다. 가장 진화된 형태의 리서치 솔루션으로 고객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겠다는 비전에 헌신하는 인재들을, 이정도로 많이 모을 수 있었다는것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초 일주일동안 진행한 공개채용에 500명 넘게 몰렸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시간이 적지않게 흘렀다. 그 과정에서 나는 대표역할을 잘 수행했나, 그리고 약속들을 지켜왔나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어떠한 창업자에게도 좋은 대표역할을 지속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블랙베리의 마이클 라자리디스조차도 결국은 수성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헨리 포드, 에스티 로더,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앞으로도 쉼없이 도전하고 그 너머를 제시하는 비저너리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4/04 at 18:53

돌이 떨어져서 석기시대가 끝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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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Q 메신저

인터넷사용자 4명중 1명이 ICQ를 썼다

얼마전 한 모임에서 모바일 패러다임에 존재하는 사업기회들을 정리해 발표한 적이 있다. 내가 잘 알아서 한게 아니라 이참에 한번 공부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자료들을 찬찬히 훑어보니 십수년 전 PC통신이 보급될 때 산업에 존재했던 기회들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생겨난 기회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뚜렷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완전히 새로운 무엇이 아닌 컨텐츠를 전달하는 ‘매체’에 불과한 까닭이다.

PC통신이 보급되던 1990년대 중반부터 크게 서너차례 왕좌가 바뀌었는데, 이는 기술도약으로 새로운 주류 매체가 도입된 시기와 맥을 같이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기존 방법론에 도전할 수 있는 ‘리셋 기회’를 만들어내고, 이 기회는 선발주자가 열심히 구축한 경제적 해자를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다. 소위말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최적기인 셈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가장 먼저 조명받는 ‘메신저’를 보자.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건 모두에게 있는 공통적인 욕구이기 까닭에, 판이 새로 깔릴때마다 많은 회사가 이걸 공략하기위해 달려든다. 1996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온라인 메신저 ICQ 는 서비스시작 3년이 채 되기전에 AOL에 $4억달러에 인수되었고, 2001년 당시 인터넷 사용자 4명 중 1명이 사용할 정도로 확산됐었다. PC통신의 보급과 함께온 기회를 잡은 셈이다. Windows 에 기본탑재되어 ICQ의 아성을 위협했던 Microsoft MSN 메신저는 네이트온 메신저에게 (한국에서의) 왕좌를 내줬는데, 이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초고속통신으로의 전환기에 나타난 ‘리셋 기회’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바일의 확산과 등장한 카카오톡은 출시 2년만에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를 순방문자 기준으로 넘어섰다.

Economic Moat

패러다임이 바뀌면 해자는 무의미해진다

잘나가던 기업들도 무너질 수 있다보니, 시장에 일찍 진입한 기업들은 목숨을 걸고 진입장벽을 만든다. 진입장벽의 핵심은 후발주자를 밀쳐내는 핵심이 고객과의 관계,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서버단의 알고리즘, 혹은 사용자들의 인식일 수 있다. 현실은 방금 전 언급한 세가지 모두를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렌버핏도 포트폴리오 회사를 정하는 기준으로 이와 유사한 개념인 ‘경제적 해자 (Economic Moats)‘를 꼽는다.

문제는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기업들이 쌓아올린 해자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는 아무리 열심히 구축한 장벽도 무의미해진다. 이런 시기에 허둥지둥대는 회사를 보면 대부분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원인이다. 가장 높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건 경영진의 베타적 권한이기에, 적절한 장소에 척후병을 배치하지 못한 실책인 셈이다. 20세기 후반 석유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자키 야마니의 말을 들어보자.

“석기시대가 끝난 이유는 돌이 다 떨어져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더 나은 발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 “The Stone Age didn’t end because they ran out of stones, but because someone came up with a better idea.” – Sheikh Yamani, Saudi Arabia’s previous oil minister

역사적인 패러다임 변화는 자원의 고갈 그 자체가 아니라, 범용적 자원의 불편함으로 인해 발명된 새로운 대체제에 기인한다. 아무리 단단한 돌성벽도 청동과 철에 무자르듯 해체되었고, 아무리 순도높은 구리선통신도 광통신에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현재에는 모바일을 무기로 하는 벤처기업들이 인터넷 해자를 10년간 구축해온 기업들을 매섭게 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번 판에서는 메신저, 커뮤니티, 게임, 커머스와 같은 전통적인 정보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기존에 정보기술과의 접점이 적었던 산업들로도 전장이 확대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보기술과의 접점이 적었던 사례로 리서치 산업을 보자. 기존에는 적당한 수의 문항들로 1,000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아무리 싸도 기천만원을 주고도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다. 벤처기업 아이디인큐가 개발한 오픈서베이는 모바일 앱을 이용한 응답수집과 알고리즘 기반의 신뢰도검증을 활용해 기존 업체들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심지어 가격은 십수배 저렴하다. 20%-30% 개선된 것이 아니라 수십배 이상 개선된 속도와 비용으로 고객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와해적 혁신은 모바일 시대가 만들어낸 기회다. 다시, 돌이 떨어져서 석기시대가 끝난게 아니다.

때로는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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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지디넷 전하나 기자님과 만나 얘기를 나누다  ‘아이디인큐의 성장동력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딱히 대답을 준비하고 있던 질문은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운이 좋았다’는 말이 불쑥 나왔다. 물론 노력도 했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못먹고 못자고 (하지만 즐겁던) 시간들이 짧지 않았다. 용산 한켠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열 명도 넘게 등 부딯쳐가며 일하다가 좀 더 넓은 사무실로 옮긴게 불과 3개월 전이다. 그런 노력들이 성장동력의 전부 혹은 대부분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작을 하는 순간부터, 구성원들의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모으고, 좋은 분들을 지속적으로 모셔오는 과정 속에는 단순히 노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 개발조직을 리드하는 L의 경우를 보자. 작년 봄 포스코에서 진행됐던 소프트뱅크벤처스 임지훈 심사역님의 스타트업 관련세션에서 만났는데. 앞뒤로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행사가 끝나고 커피를 마시며 자정넘게 이야기를 이어갔고, 바로 다음날부터 합류했다! 엔젤투자의 경우 (지난번 글에 썼던 것처럼) 생각치 못한 시기에 생각치 못했던 방향으로 물꼬가 트였던게 사실이다. 이런 긍정적인 우연들의 연속은 운이 좋았다는 말로 쉽게 정리될 수 있다. 보다 정확히는 구성원들의 운에 기댄 것이 맞다. (여담이지만, 그래서인지 회사성장을 출중한 리더 한명의 역량으로 해석하는 얘기들에는 쉬이 동의하기 어렵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식은 땀이 흘렀다. 지금까지 성장해온 과정이 우리의 노력으로만 해석될 수 있는게 아니라.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에 기댄 부분이 많구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타이밍이 틀리면 엇나가겠다 싶더라.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나는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날수도 있단 얘기다.

그렇다면 운이 좋길 기대하는 것밖에 할 게 없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운이란게 노력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뿐이지 관련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이 외부환경과 잘 맞아떨어질 때 긍정적인 우연이 발생하는데, 이걸 해프닝으로 지나칠지 혹은 회사의 모멘텀으로 소화할지 판가름하는게 간절함의 정도다. 여기서 말하는 간절함이란 어느 한 명이 단순히 일을 더 많이 하는걸 말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 구성원 한명 한명과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위해 시간투자를 아끼지 않는 류의 노력도 포함되는거다.

중요한 건 이 간절함을 유지하는 방법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우연에 기댈 수는 없을테니까.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2/04/11 at 05:24

This Journey 1% Fin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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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에 공개한 The Road We’ve Traveled 영상이 연일 화제다. 그가 취임하던 2008년 겨울이 미국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취임 이후 사회 전분야에 걸친 다양한 도전들을 얼마나 잘 해결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다. 이 영상을 보며 이제 막 1년이 지난 우리회사 (아이디인큐) 가 걸어온 길들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사무실에 입주하던 날

첫 번째 사무실에 입주하던 날

몇 년은 지난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면 반은 치기어린 어린 도전정신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벤처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법한 상황이었고, 그런 이야기를 한지 몇시간만에 “그래 해보자” 라고 빨리 행동에 옮긴 것이 일반적인 상황과 조금 달랐던 부분이다. 그렇게 회사가 만들어졌다.

시작하고 한동안 시행착오들이 많았다. 하고 싶던 아이디어들은 많았고 하나에 뾰족히 집중해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교훈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한 때 세가지 사업모델을 동시에 진행하려 애쓰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한 일이다. 여느 벤처선배님들이 강조하던 선택과 집중 (여러가지를 시도한다고 해도 한번에는 한개에만 집중) 에 대한 시행착오는 겪지 않는게 가장 좋았을텐데. 다행인건 이런 시행착오들을 빠르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겪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사무실은 용산 전자상가 뒷편에 복층형 오피스텔이었다. 고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시작해서 기숙사 분위기가 많이 났다. 주말이면 파트타임으로 힘을 모으던 친구들도 와서 같이 먹고, 일하고, 마시고, 잤다. 이 때를 생각하면 정말 한달 뒤가 보이지 않는 막연한 불안 속에서 ‘잘될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쓸 수 밖에 없어라고 생각한다던지, 그런 것 말이다.

사무실에서 먹고자던 날들

사무실에서 먹고자던 날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고, 6개월에 걸쳐 우리는 크게는 세가지 사업모델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개발해왔다. 첫 번째 아이템은 위치기반 사업모델이었는데 1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앱을 개발해 런칭해 추이를 보다가 결과적으로는 여러가지 이유들로 접기로 했고. 두 번째 아이템은 거진 5개월에 걸쳐 웹사이트와 앱을 모두 개발했던 커머스 관련 모델이었다. 마지막 아이템은 지금 아이디인큐가 주력하고 있는 모바일 앱 기반의 설문조사 서비스였다.

두 번째 아이템과 세 번째 아이템의 개발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이슈들이 생겼었는데, 크게는 팀워크와 리소스 이슈였다. 팀워크의 경우, 서로 다른 사업모델을 한 회사 내에서 개발하다보니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느낌 (혹은 공동체의식)이 약해졌던 일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시만해도 ‘우린 진짜 좋은팀이니까’ 둘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

개발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뎠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작업분량은 훨씬 많았고, 안 그래도 적은 자원을 잘 활용해야하는 벤처입장에선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한 가지 아이템을 선택해 그것에 집중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는데.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우리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아이템을 하나만 고르자면 ‘모바일 설문조사’였다는 결론이 난게 작년 8월의 일이다. 여담이지만, 두 번째 아이템의 경우 아직까지도 우리 개발서버 안에 코드가 잘 보관되어 있는데 지금도 다운받아서 컴파일하면 잘 돌아간다 ㅎㅎ

그러던 와중에 정말로 우연히 엔젤투자 제안을 받았다. 아이디인큐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성호가 티켓몬스터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기현이형과 만난게 시작이었다. 벤처에 합류하기 전에 공인회계사였던 성호는 이 쪽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고, 기현이형을 만나러갈 때만해도 내게 전화해서는 “괜찮은 형인데 티켓몬스터에서 일하나봐~ 얘기해보고 같이할 수 있는지 설득해볼게” 라고 했었다. 몇 시간 후, 알고보니 그 회사를 ‘공동창업’했던 사람이었다고 깜짝 놀란 목소리로 전화가 왔던 기억이 난다.  (이 에피소드는 올 초에 머니투데이에 기사화된 바 있다.)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때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때

사실 전화를 받았을 때만해도 해프닝으로 끝날줄 알았는데. 기현이형이 티켓몬스터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였던 현성이형과 얘기를 하다가 ,아이디인큐 팀구성과 사업모델이 흥미롭다며 한 번 만나서 엔젤투자 논의를 해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물꼬가 트인 투자논의는 급진전되었고,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집행되는것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엔젤투자를 받았다.

오랜 시행착오들로 조금은 지쳐있던 시점이다보니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우리가 만들어가는 방향에 대한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라는 측면에서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또한 티켓몬스터라는 성공적인 벤처회사를 시작하고 만들어가는 현성이형과 기현이형으로부터의 조언들은 정말이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벤처 선배다 보니 다른 어떤 조언들보다 와닿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그렇게 오픈서베이의 을 런칭한게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3개월 전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런칭하던 월요일 (2011년 12월 19일) 정오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보도가 이어졌고 우리 보도자료가 거의 다 묻히게 됐던 상황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순 없다고 생각을 하고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된 인식조사’ 를 급히 진행했다. 우리의 가설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의견들이 수집되었고 이는 기존 온라인 설문조사들에 비해서 10배가 아니라 100배 넘게 빨랐다.

고객들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백명의 의견을 차한잔 마실시간에 수집해 활용하는 모습

고객들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백명의 의견을 차한잔 마실시간에 수집해 활용하는 모습

지난 세 달 동안 앱은 열 번도 넘게 업데이트가 됐고, 웹은 서른 번도 넘게 개선이 됐다. 지금은 SBS 와 조선일보 등 주요 미디어들이 오픈서베이를 이용해 원하는 지역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은 오픈서베이를 이용해 원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 서비스개발 및 개선에 필요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오픈서베이라는 사업모델은 혁신적인 속도와 비용이라는 점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기존 리서치서비스는 보통 천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서 몇 주에 걸친 시간이 지나고야 결과가 제공됐다. 극소수의 대기업들만 쓸 수 있는 가격이었다는 점인 차치하고서라도, 최소 2-3주가 소요된다는 점은 빠른 의사결정을 요하는 지금에 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수천배 더 빠른 결과제공으로 인해 ‘시간비용’을 줄여주고 있으며, 열배 이상 저렴한 비용들로 인해 ‘설문조사를 하고싶지만 비싸서 할 수 없었던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합리적인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있고, 더 나은 판단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이제 시작이다 (This Journey 1% Finished)

이제 시작이다 (This Journey 1% Finished)

이 포스트를 쓰고 있던 와중에 언론을 통해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이 아이디인큐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긴 포스트다보니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마무리하기까지 몇 일이 걸렸다 ^^;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향 비행기 탑승을 30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의 와해적 혁신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도를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려 한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실험을 위한 밑작업들을 진행해왔고,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사람들의 아이디인큐의 도전에 뜻을 같이해주어 함께 움직이고 있다. 한동안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유쾌한 도전들을 계속할 생각이다.

오픈서베이를 통해 고객들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의 여정만큼이나 더 신나고 즐거울 앞으로의 모험들이 기다려진다. 아이디인큐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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