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아이디인큐, 그리고 기업가정신

Posts Tagged ‘스마트폰

오픈서베이 4주년에 부쳐

with 2 comments

4년 전 이맘때 오픈서베이가 첫선을 보였다. 2011년 회사를 시작한 이래 시간이 무겁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여러모로 애를 쓴 기억들이 참 많기도 했고.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기까지 힘을 보태준 회사 안팎의 수많은 분에 대해 고마움과 책임감을 실감한 일이 많았다. 그리고 회사가 설립되어 5년이 다 되어가니 첫날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적잖이 마주하게 되는데, 이 또한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와 처음 일하기 시작한 크고 작은 고객사는 어림잡아 220개다. 영업일마다 고객사가 하나씩 늘어난 셈이다. 그중에는 롯데쇼핑 등 대기업도 있었지만, 쿠팡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 그리고 레저큐와 같은 벤처 회사까지 무척 다양한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가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내세웠던 ‘누구나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돕겠다’는 기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꾸준히 강화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2011년 12월 19일, 스케치 한 장에서부터 수개월이 꼬박 지나고 오픈서베이 베타 서비스가 시작됐다.

2011년 12월 19일, 오픈서베이가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제품에 있던 가장 큰 변화는 설문결과 페이지의 전면개편이다. 새로운 결과 페이지는 리서치 담당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인구통계정보 기반 비교분석을 자동화하고, 그 해석 값을 이해하기 쉬운 자연어로 풀어내어 제공한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절감시켜줌으로써, 고객사 담당자가 전략수립 및 실행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해준다.

그간 오픈서베이가 전국 규모의 데이터 수집에 드는 시간을 반나절 이내로 줄임으로써 설문조사 전반부의 혁신을 보여줬다면, 전술한 설문결과 페이지 개편은 데이터 분석에 드는 시간을 실시간에 가깝게 단축하는 설문조사 후반부 혁신의 신호탄이었다. 그 뒤를 이어 담당자의 설문 작성 경험을 향상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연 1,500여 건에 달하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자체 기획조사를 통해 뷰티, 모바일 쇼핑, 간편 결제, 온라인 동영상 광고효과, 식료품 구매행태 등 다양한 트렌드 리포트가 발간되어 기천 명의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도 주요한 이정표로 볼 수 있겠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여름에는 소비자가 보다 손쉽게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오베이)을 전면개편했다. 모바일 앱은 품질 높은 데이터 확보의 시작점으로, 더욱 편리하게 응답에 임할 수 있도록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개편의 초점을 맞췄다. 리뉴얼이 마무리된 후 매월 오픈서베이에 참여하는 소비자 수는 40% 이상 증가했다.

35만 명의 소비자가 오픈서베이에 참여할 때 사용하는 모바일 앱(오베이)은 품질 높은 데이터 확보의 시작점이다.

2015년 7월 3일, 소비자가 설문조사에 참여할 때 사용하는 모바일 앱을 전면개편했다.

오픈서베이를 피상적으로 보면 응답 수집채널을 모바일로 옮긴 정도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원가구조를 점진적이고 영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리서치’라는 도구를 더욱 많은 곳에서 유연하게 쓸 수 있게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소비자의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러므로 이를 이해하기 위한 리서치 방법 또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우리가 리서치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건 이 기치 아래 모인 아이디인큐 구성원의 헌신 덕분임이 분명하다.

2015년 12월 19일, 오픈서베이를 통해 소비자 변화를 이해하는 고객사는 820개에 이른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5/12/22 at 23:36

돌이 떨어져서 석기시대가 끝난게 아니다

with 2 comments

ICQ 메신저

인터넷사용자 4명중 1명이 ICQ를 썼다

얼마전 한 모임에서 모바일 패러다임에 존재하는 사업기회들을 정리해 발표한 적이 있다. 내가 잘 알아서 한게 아니라 이참에 한번 공부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자료들을 찬찬히 훑어보니 십수년 전 PC통신이 보급될 때 산업에 존재했던 기회들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생겨난 기회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뚜렷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완전히 새로운 무엇이 아닌 컨텐츠를 전달하는 ‘매체’에 불과한 까닭이다.

PC통신이 보급되던 1990년대 중반부터 크게 서너차례 왕좌가 바뀌었는데, 이는 기술도약으로 새로운 주류 매체가 도입된 시기와 맥을 같이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기존 방법론에 도전할 수 있는 ‘리셋 기회’를 만들어내고, 이 기회는 선발주자가 열심히 구축한 경제적 해자를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다. 소위말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최적기인 셈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가장 먼저 조명받는 ‘메신저’를 보자.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건 모두에게 있는 공통적인 욕구이기 까닭에, 판이 새로 깔릴때마다 많은 회사가 이걸 공략하기위해 달려든다. 1996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온라인 메신저 ICQ 는 서비스시작 3년이 채 되기전에 AOL에 $4억달러에 인수되었고, 2001년 당시 인터넷 사용자 4명 중 1명이 사용할 정도로 확산됐었다. PC통신의 보급과 함께온 기회를 잡은 셈이다. Windows 에 기본탑재되어 ICQ의 아성을 위협했던 Microsoft MSN 메신저는 네이트온 메신저에게 (한국에서의) 왕좌를 내줬는데, 이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초고속통신으로의 전환기에 나타난 ‘리셋 기회’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바일의 확산과 등장한 카카오톡은 출시 2년만에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를 순방문자 기준으로 넘어섰다.

Economic Moat

패러다임이 바뀌면 해자는 무의미해진다

잘나가던 기업들도 무너질 수 있다보니, 시장에 일찍 진입한 기업들은 목숨을 걸고 진입장벽을 만든다. 진입장벽의 핵심은 후발주자를 밀쳐내는 핵심이 고객과의 관계,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서버단의 알고리즘, 혹은 사용자들의 인식일 수 있다. 현실은 방금 전 언급한 세가지 모두를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렌버핏도 포트폴리오 회사를 정하는 기준으로 이와 유사한 개념인 ‘경제적 해자 (Economic Moats)‘를 꼽는다.

문제는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기업들이 쌓아올린 해자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는 아무리 열심히 구축한 장벽도 무의미해진다. 이런 시기에 허둥지둥대는 회사를 보면 대부분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원인이다. 가장 높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는건 경영진의 베타적 권한이기에, 적절한 장소에 척후병을 배치하지 못한 실책인 셈이다. 20세기 후반 석유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자키 야마니의 말을 들어보자.

“석기시대가 끝난 이유는 돌이 다 떨어져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더 나은 발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 “The Stone Age didn’t end because they ran out of stones, but because someone came up with a better idea.” – Sheikh Yamani, Saudi Arabia’s previous oil minister

역사적인 패러다임 변화는 자원의 고갈 그 자체가 아니라, 범용적 자원의 불편함으로 인해 발명된 새로운 대체제에 기인한다. 아무리 단단한 돌성벽도 청동과 철에 무자르듯 해체되었고, 아무리 순도높은 구리선통신도 광통신에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현재에는 모바일을 무기로 하는 벤처기업들이 인터넷 해자를 10년간 구축해온 기업들을 매섭게 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번 판에서는 메신저, 커뮤니티, 게임, 커머스와 같은 전통적인 정보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기존에 정보기술과의 접점이 적었던 산업들로도 전장이 확대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보기술과의 접점이 적었던 사례로 리서치 산업을 보자. 기존에는 적당한 수의 문항들로 1,000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아무리 싸도 기천만원을 주고도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다. 벤처기업 아이디인큐가 개발한 오픈서베이는 모바일 앱을 이용한 응답수집과 알고리즘 기반의 신뢰도검증을 활용해 기존 업체들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심지어 가격은 십수배 저렴하다. 20%-30% 개선된 것이 아니라 수십배 이상 개선된 속도와 비용으로 고객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와해적 혁신은 모바일 시대가 만들어낸 기회다. 다시, 돌이 떨어져서 석기시대가 끝난게 아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