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오픈서베이, 그리고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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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야기 @ SoftBank 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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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오래전부터 뵙고 싶었는데, 오픈서베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여러모로 중요한 시간이었고. 만난 것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지만, 발표를 준비하며 아이디인큐의 미래를 다시 한 번 점검했던 것이 큰 성과였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앞에서

손정의 회장 앞에서 ‘아이디인큐 10년 비전’을 발표하며

발표가 끝나고 배석한 분들과 함께 손정의 회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인상적인 부분을 메모한다.

  • 나는 때를 잘 만났기때문에 이 앞자리에 앉아 발표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 더 늦게 태어났으면 (이 자리에 앉은 누군가에게) 발표하고 있었을거다. 내가 소프트뱅크를 시작했을 때에는 성공하겠다는 절실함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15년을 인터넷과 전혀 관련없는 일을 하지 않았던가.
  • 우리가 투자한 여러분은 이미 가족회사다. 나를 포함한 IT산업 1세대들은 이미 6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여러분 같이 젊은 세대의 창업자를 만나며) 끊임없이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파트너라고 생각해달라.
  •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장비투자가 핵심이었다. 누가 기지국을 더 많이 세우냐가 중요한 시기였는데. 여기에 매몰되면 Dumb Pipe 로 전락해버릴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컨텐츠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단순하게 망을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지않고 (얼마전 인수한 SuperCell 처럼) 부가가치를 더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소프트뱅크는 Sprint와 BrightStar의 인수로 연 1억 3천만대의 휴대단말기를 구입하게 되면서 협상력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 소프트뱅크 혼자서 구매할 때와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애플과 같은 벤더와의 관계에 큰 전환점이 됐다.
  • 여기서 (일본과 미국을 아우르는 1위 통신사업자가 된 것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아직까지 개척하지 못한 시장이 많다. 매출, 이익 등 모든 면에서 세계 1등 회사가 되는걸 목표로 가고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11/27 at 18:49

첫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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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워렌버핏의 연례서신이 수많은 미디어에 보도될 정도로,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형식적인 재무요약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아이디인큐의 두 번째 주주총회를 진행하면서 이걸 한 번 제대로 써보기로 결심했다. 아직 공개기업은 아니지만 소프트뱅크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의 투자를 받고나서 첫 번째 결산이기도 했고, 우리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를 향할지 주기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 일부를 공유한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성과는, 우리가 꾸준하게 잘해낸다면, 아이디인큐와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1% 지점에도 미치지 못할겁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스마트폰을 쓰고있는 오늘날, 모바일 리서치는 고객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대폭 절감시켜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지속적인 기술고도화는, 시장에 대한 보다 완벽한 이해를 고객들에게 제공할겁니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비용효과성은, 조사가 필요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시행할 수 없었던 기업들에게 유일한 대안이 됨으로써 신규시장을 만들어나갈겁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픈서베이를 산업전반에 있어서 지속가능하며 견고한 신뢰를 받는 브랜드로 만드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픈서베이의 미래는 모바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이름에 모바일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에게 완전한 형태의 소비자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점을 통합적으로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는 이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시장조사 플랫폼이지만, 소비자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어야만한다. 따라서 아이디인큐는 시대에 변화에 맞춰 ‘가장 진화된 형태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제공하는걸 목표로 한다.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주주가치 극대화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오픈서베이가 현재의 시장 영향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시장 영향력이란 행복한 고객들, 신뢰받는 브랜드, 높은 매출과 수익성을 통칭합니다.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아이디인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극대화될것이며, 이는 투자자본에 대한 수익상승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들은 장기적 관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물론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되 단기적인 현금흐름과 선투자의 균형이 전제되야 한다. 무한한 시간과 돈이 있다면 이상적인 회사와 사업모델을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고있는거지 연구재단을 운영하고 있는게 아닌 까닭이다. 매 순간 최선의 제품을 만들고, 그 순간 그걸 인정해주는 고객을 끊임없이 찾아내야한다. 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무작정 도자기를 깨어버린다면 이 곳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걸 그대로 내보낼 순 없다. 결국 균형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치열하게 달려온 유능한 구성원들 덕분이며, 저는 이렇게 훌륭한 팀원들과 일하고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수준의 인재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디인큐는 채용기준을 단 한차례도 낮춘적이 없으며, 이는 1000여명에 달하는 누적지원자들 중에서 30명에 불과한 사람들을 선발했다는 사실이 방증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뛰어난 사람들과 모으고 또 한 팀으로 일하게 만든다는건 절대 쉬운일이 아닙니다. 가장 진화된 형태의 리서치 솔루션으로 고객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겠다는 비전에 헌신하는 인재들을, 이정도로 많이 모을 수 있었다는것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초 일주일동안 진행한 공개채용에 500명 넘게 몰렸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시간이 적지않게 흘렀다. 그 과정에서 나는 대표역할을 잘 수행했나, 그리고 약속들을 지켜왔나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어떠한 창업자에게도 좋은 대표역할을 지속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블랙베리의 마이클 라자리디스조차도 결국은 수성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헨리 포드, 에스티 로더,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앞으로도 쉼없이 도전하고 그 너머를 제시하는 비저너리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4/04 at 18:53

장벽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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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포시는 ‘마지막 강의’에서 장벽이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장벽은 존재한다고 했다. 장벽은 절실한 당신이 아닌, 절실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다는 얘기다.

아이디인큐를 설립하고 세번째 해다. 세명이 시작한 회사는 어느새 서른명이 훌쩍 넘는 구성원들과 함께 더 확실해진 방향으로 더 큰 자신감으로 뛰어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도전들이 있었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미뤄둔 학업을 다시 시작한 분들도 있었고, 주위 소중한 사람들과 커리어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의 분들도 있었다. 또 대표로서의 내가 서툴렀기에 마음상했던 분들도 있었으리라.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고있는 열댓분의 마음은 오로지 내 책임으로 남겨둘 일이다.

그럼에도 마흔명 넘는 분들의 소중한 마음을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과분하게 고마운 일임에 분명하다.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는, 절실함을 무기로, 앞에놓인 장벽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끝내 없어지는 순간은 오지않을거란것도 알고있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역할은 멈추지않을 이 사람들과 쉼없이 원하는 것.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3/01 at 15:06

약속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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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아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쓰던 중이었다. 회사의 대표를 맡게된 시점의 메일을 다시 꺼내보았다. 지금보다 사람에 대한 강조가 더 선명하다. 아이디인큐는 태생부터 사람이 먼저였기에, 그리고 당시엔 오픈서베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이었던 까닭이다. 이른바 포부는 이랬다.

궁극적으로 ‘의미있는 도전을 함께하고, 성과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며, 개인의 발전을 지원하는, 행복한 회사‘라는 대명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하고싶은 방향을 최대한 고려할 것입니다.

내가 한 다짐들을 돌아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자던 구성원들에 대한 약속, 더 나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거라던 오픈서베이 고객들에 대한 약속,  그리고 훌륭한 팀과 사업모델의 가능성을 믿어달라던 투자자들에 대한 약속. 과분하게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받아왔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난 얼마나 실천해 보였는가.

그래서 새 해 목표는 단순하게 정했다. 내가 한 말을 지키자. 사업이 커져도 사람이 먼저인걸 잊지않는 행복한 팀, 기업들의 정확한 시장분석을 돕는 단단한 서비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재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자랑스러운 포트폴리오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올 해의 마지막 날에 담백하게 증거할 수 있기를.

10년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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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회의가 끝나고 혼자 멍하니 상념에 빠졌다. 정확하게 1년 전에 이 테이블 하나놓고 시작했을 때엔, 지금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작년 여름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벤처열풍이 강하지않았고, 이제서야 소셜커머스가 아닌 초기 벤처회사들이 조금씩 주목받던 시기였다. 신문을 펼치면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곳곳에 보이는 지금과는 적지않게 달랐다.

문득 1년 전이 아니라, 10년 전 벤처업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금수강산도 변하는 시간인데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일단 ‘스타트업’을 제목이나 본문에 포함한 기사수를 찾아봤다. 2012년 7월의 경우 25일 현재까지 총 439건, 1년 전인 2011년 7월은 178건, 그리고 10년 전인 2002년 7월은? 단 4건에 불과하다.

10년 전엔 지금보다 100배나 미디어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일까? 아니다.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유행어인 까닭이다. 실제로 같은기간동안 ‘벤처’를 포함한 기사수를 비교해보면 2828건 > 2135건 > 1132건 으로 2.5배정도의 차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상생, 동반성장, 중소기업이 강해야한다는 메타포는 늘 있어왔다.

◆ 벤처가 무너진다 (연합뉴스 2002년 7월 23일)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산은캐피탈, 무한투자 등 4대 벤처캐피털이 현재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재원은 총 3천361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올 상반기 벤처에 투자한 금액은 총 909억원으로 작년동기 투자액(1천312억원)의 69%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설립후 1년미만의 초기 벤처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의 5.8%, 53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 벤처 자금난 심각, 하반기 ‘벤처대란’ 우려 
(매일경제 2002년 07월 28일)
S사는 돈이 안되는 연구개발 부문을 과감히 포기할 예정이다. 차세대 수익원으로 기대했던 인터넷전화(VOIP) 등은 언제 시장이 커질지 기 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만 30% 정도 연구인력을 줄이고 남는 인력을 영업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 테헤란벨리를 떠나는 벤처기업들 (아이뉴스 2002년 7월 30일)
유동자금 부족 및 고정비 지출 등의 문제로 테헤란벨리를 떠나는 벤처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서울 테헤란벨리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분당 신도시 등으로 둥지를 옮기는 곳도 있다. 하지만 서울 외곽이나 대학교 창업보육센터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는 곳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뛸 선수는 없는데 운동장만 많아진다’는 농이 들릴정도로 인큐베이터와 지원정책이 많아진 지금과 달리, 2002년의 여름은 벤처에게 참 시렸다. 벤처회사들에 대한 혹독하고 냉정한 평가, 그리고 투자유치의 어려움이 상존하던게 불과 10년 전 여름이다.

역사책에 나와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현실과 동떨어져보여도 사실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문제되는 상황들은 비슷하다.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에게 2012년 여름이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옛적 얘기가 될거다. 그 때 그 책은 나를, 우리를, 그리고 지금을 어떻게 그려낼까.

티크리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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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큐블릭미디어의 일본진출 소식을 듣고 생각난 김에 정리해본다. SK텔레콤이 한동안 티크리에이터 (줄여서 ‘티크리’라고들 부르곤 했다) 라는 공모전을 개최한적이 있었다. 매년 조금씩 운영방향이 달랐는데 내가 참가했던 2009년에는 신규사업모델을 3개월에 걸쳐 구상하며 경쟁하는 방식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요새 주목받고 있는 벤처회사들 중에 당시 티크리 공모전에서 수상했던 사람들이 창업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거다. 실제로 지난 5월 티켓몬스터가 창립 2주년을 기념하며 벤처PR대회를 주최한적이 있는데, 이 때 참석한 12개 유망벤처회사들 중 3개가 티크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회사였다.

벤처PR대회에 참석한 유망벤처회사 12개 중 3개가 SK텔레콤 공모전 수상자들이 창업한 회사였다.

위의 회사들을 포함해 총 5개의 벤처회사가 티크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는데, 브랜드앱을 국내에 도입한 블링크팩토리오픈서베이로 모바일리서치 시장을 만들고 있는 아이디인큐, 모바일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엑스몬게임즈, 소개팅서비스 이음을 운영중인 이음소시어스, 그리고 동영상 진동벨을 이용한 광고모델 큐비를 개발한 큐블릭미디어가 그들이다.

1. 블링크팩토리

2. 아이디인큐

3. 엑스몬게임즈

4. 이음소시어스

5. 큐블릭미디어

아직까진 모두 창업 2-3년차로 다들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실리콘밸리의 파워 그룹,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에서 소개된 태터앤컴퍼니나 게임빌처럼, 언젠가는 티크리출신들도 한국벤처업계에서 의미있는 그룹이 되지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지금, 티크리가 간다.

유튜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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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유튜브 이야기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창업자 스티브 첸이 직접 쓴 책인데, 전문작가가 아니다보니 전개가 좀 거칠었지만, 진정성이 담긴 내용들이 인상깊었다. 읽으면서 아이디인큐와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이 적지 않았다.

페이팔은 직원을 뽑을 때에도 독특한 면이 있었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 즉 ‘같은 유형’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래야 평등하고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 잘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티엘은 스탠퍼드 출신이나 1987년에 공동창업한 스탠퍼드 리뷰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중용했고, 레브친은 일리노이대학의 후배들을 대거 기용했다.

올 초 머니투데이에 소개되었던 것처럼 아이디인큐는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동기들이 함께 시작한 회사다. 현재도 그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인데, 현재 서울 오피스에서 함께하고 있는 서른 명 중 여섯 명이 한국과학영재학교 선후배들인 까닭이다. 대학교를 포함하면 사실상 대부분이 함께 학교를 다녔거나, 동문들의 친한 친구로 구성되어 있다.

2005년 초, 페이팔의 동료였던 케이스 라보이스가 내게 창립한 지 얼마 안 된 소셜 네트워크 회사에 한번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페이스북은 상호연동적인 소셜채널이었는데 절묘한 아이디어의 산물이었다. 반면에 그들이 짠 코드는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에도 나왔듯이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었고 사용자의 데이터 보안 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페이팔 출신의 엔지니어인 나는 보안 문제에 상당히 민감했다. 그래서 그것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페이스북 이펙트에서 소개된 것처럼 스티브는 초창기 페이스북에 합류할 뻔한 기회가 있었다고. 그러다보니 페이스북을 가지 않은게 후회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단다. 그의 일관된 답변은 그렇지 않다는 것. 나의 경우도 작년 여름 병역특례를 마치고 벤처산업에 뛰어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투자를 받은 벤처에서 일하길 제안받은적 있다. 지금 느낌이 어떠냐고? 말할것도 없이 제로 베이스로 시작했던 선택이 자랑스럽다.

2007년 중국계 엘리트 모임인 백인회 인터뷰에서 나는 유튜브의 탄생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3가지 행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2005년부터 브로드밴드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슷한 시기에 보급된 플래시 기술입니다. 당시 97%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었죠. 마지막 행운은 동영상 촬영 설비와 기술의 보급입니다.” 모든 창업의 성공은 행운이라는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행운을 잡았느냐 못 잡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일을 했느냐‘가 핵심이다.

사회변화로 생겨나는 기회들을 강조한건 많은 벤처 선배들의 조언과 겹친다.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도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할 때, ‘실험플라스크 안의 세균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사용자’라는 행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적 있다. 결국 열심히 하는건 기본이고, 정말 좋은 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크게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친구 사귀기나 데이트 같은 키워드를 선택한 것은 당시 그런류의 사이트가 널리 유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핵심 사용자들인 남자 대학생들에게 말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많은 시간을 들여 동영상을 촬영해야 했고 또다시 사람들의 점수를 기다려야 했다. 한마디로 복잡하고 재미가 없았다. 우리는 친구 사귀기나 데이트같은 키워드가 유튜브에 어울리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평가 사이트 옐프는 모두 페이팔 시절에 좋은 교훈 – 첫 번째 아이디어가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 을 얻었다. 옐프는 현재의 모습인 평가 사이트로 성공하기 전에 이메일 회람 서비스를 제공했고, 유튜브는 동영상을 이용한 데이트 사이트에서 변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시대의 정신적 중심에 섰다.

첫 번째 아이디어가 가장 좋은게 아니라는 말은 아이디인큐에 있어서도 가장 큰 교훈이었다. 작년 여름만해도 동시에 세 개 이상의 사업모델을 동시에 준비하던 상황이었고,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걸 체감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키워드를 갖다붙인다고 해도 결국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도 깊이 공감했다. 그 외에도 스티브가 구글 CEO 에릭 슈미트를 만나 회사 매각을 결정하고, 또 공식적으로 그 사실을 발표하기까지 총 5일이 걸렸다는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했던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가 일주일만에 진행되었다는것이 화제였는데, 사실 구글과 유튜브의 합병이 그것 이상이었던 셈이다.

스티브 첸은 작년 봄 구글을 퇴사했고, 유튜브를 공동창업했던 채드 헐리와 함께 AVOS System 을 설립했다. (2012)

+ 스티브 첸은 얼마 전 AVOS System 을 퇴사해 Google Ventures 에 EIR (Entrepreneur in Residence) 로 합류했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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