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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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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전투의 양상과 사선대형의 차이

일반대형과 사선대형 차이 (빨간색이 정예전력)

전술의 기본은 내가 약하든 강하든 상대방의 약한 곳을 치는데 있다. 적은 분할하고 나는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과 나의 전력차이가 벌어질수록 이게 잘 안통한다. 우리는 이순신의 명량해전처럼 수 배 이상의 병력을 무너뜨리는 영웅담에 매료되곤 하지만, 그건 기실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다. 전쟁에 이기려면 이길 싸움에 이기고 질 싸움은 피하는 것이 옳다.

그래도 어느 전투에서나 한 쪽은 열세가 되기마련인데, 기원전 371년 테베의 젊은 장군 에파미논다스와 6천여 명의 병사들이 그랬다. 스파르타의 왕 클레옴브로토스가 1만 1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테베로 진격해왔고 이들은 아테네 북서쪽의 레욱트라에서 맞붙었다.

당시 스파르타 병사들은 일반적으로 밀집된 형태의 장창 보병대의 형태로 (팔랑크스, Phalanx) 전투에 참여했는데. 횡과 종으로 12명이 늘어서 전방 전투원이 부상당하면 후방과 자리를 바꾸며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오른손으로 싸우고 왼손으로 방어하는 형태이다보니, 전투 중에는 자연스럽게 반시계 방향으로 전장의 구도가 회전했고. (오른손으로 공격하려면 왼발을 내딛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좌익을 무너뜨리고 적의 사령부를 타격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렇기에 우익에 배치되는건 가장 위험하면서도 명예로운 일이었고, 때문에 이 곳에는 늘 최고의 전력이 배치되었다. 다른 말로는 중앙과 좌익은 보통 수준의 병사들로 구성된다는 뜻이다. 에파미논다스는 이 점을 역으로 이용했다. 스파르타 정예가 치고들어오는 좌익을 적의 4배 수준으로 (종심 50열) 강화하며 승부를 걸었고, 동시에 상대적으로 얇아진 중앙과 우익이 적군과 마주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위해 사선대형으로 군대를 배치했다. 좌익을 빠르게 진격시켜 열세인 구역이 전장에 끌려들어가기 전에 스파르타 사령부를 괴멸시켜 버릴 작정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레욱트라 전투에서 구현된 사선대형

레욱트라 전투의 흐름: 사선대형은 시간과 공간을 따로 분할함으로써 열세를 극복하게 만들었다

물론 대형 하나만으로 이긴건 아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테베가 기병대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운이 따라줬다. 패주하는 스파르타 기병이 팔랑크스에 뛰어들면서 보병 대열을 흐트렸고, 혼란상황에서 전력마저 수 배 차이났기 때문에 전열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테베의 우익이 스파르타의 좌익이 제대로 맞부딯치기도 전에 본진의 클레옴브로토스 왕까지 타격해 전사시켰다. 스파르타 왕이 전투에서 죽은건 레오니다스 이후 백 년 만이었다. (레오니다스가 전사한 테르모필레 협곡전투는 영화 300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레욱트라 전투를 흔한 영웅담으로 취급할 수 없는 까닭은 이것이 전쟁사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 때문이다. 사선대형은 전투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의 차원을 재정의했다. 이전에는 공간 분할만이 유일한 각개격파 방법이었는데. 에파미논다스가 시간이라는 차원을 더했다. 만약 좌익과 중앙 그리고 우익이 동일 시점에 맞부딯쳤다면 중앙과 우익이 무너지며 좌익마저 적군에게 포위당했을테다. 하지만 사선대형은 아군에게 유리한 구역에서의 전투를 ‘먼저’ 시작하고, 불리한 구역에서의 전투는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상대방이 병력우세를 활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특정 구역에서 테베군이 우세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냈고. 그 시간은 판도를 결정하기에 충분했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4/02/01 at 02:42

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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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이 여전히 널리 읽히는건 현대사회에서의 경쟁이 전쟁의 메타포를 차용한 까닭이다. 경쟁에는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질 수도 있다는 것, 전략적 요충지를 정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곳도 방어할 수 없다는것 등 흥미로운 아젠다들이 많지만, 근래에 내게 가장 와닿은건 특공대의 개념이다.

다들 한 번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봤을거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도입부에서 재현되는데, 영화만 보면 모든 전장에 걸쳐서 격전이 일어났다고 착각을 한다. 실상은 유타와 오마하 두 군데에서만 치열한 전투가 발생했고 나머지 전장에서는 연합군이 거점들을 어렵지않게 점령했는데 그 배후에는 특공대가 있었다.

전장의 좌우측에서는 항공기 운영이 가능했기에, 적소에 낙하산 부대가 투입되었고 적시에 전략적 요충지를 타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타와 오마하의 경우 전장의 한 가운데였다보니 우직하게 앞에서 들이받는 방법밖에 없었고 이는 영화속 장면처럼 투입전력의 극심한 소모를 야기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개요

특공대는 영국군이 2차세계대전 당시 창설한 코만도 부대에 효시를 두고 있다. 위험이 큰만큼 모병제로 운용되었고 규모의 한계로 인해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는건 중요한 제약사항이었다. 그래서 이 부대는 빠르게 이동해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소규모의 정찰부대 컨셉으로 운용됐다.

이들의 주된업무는 작은 규모를 활용해 적의 사각지대에 기민하게 파고들고, 예상하지 못한 기습공격들을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현대 정규전에서 기습으로 전쟁이 종결되는 경우가 없지만, 기습은 상대방을 예민하게 만든다. 전쟁이란게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기에, 경계태세가 높아질수록 전군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사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략적 요충지를 정찰하는 업무는 일반적으로 진지가 어디에 구축되어 있는지, 또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론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전선을 단단히한 적군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참호 밖으로 끄집어내야한다. 수류탄을 던져넣어 병사들이 혼비백산해 개활지로 뛰어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즉, 특공대의 역할은 판도를 바꾸는데 있다.

진지를 쌓아올린 적군을 기존의 거대업체들로, 특공대를 스타트업으로 치환해보자. 기존업체들이 신규업체의 진입을 막으려 쌓아둔 경제적 해자는 시대변화에 따라서 무너져 내릴 수 있지만, 대게는 너무 단단해 왠만한 공격으로는 흠집하나 만들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이 짜놓은 경쟁구도에 놀아나서는 답이 안나온다.

최대한 눈에 띄지않게 시작해라. 참호가 어디에 구축되어 있는지 빠르게 파악해라. 그들을 개활지로 빼내려면 어느 방향에서 수류탄을 던져넣어야할지 생각해라. 동트기 직전 가장 깊은 어둠에서 기습해라. 의도는 감추고 의중은 읽어라. 그들이 우리의 계산대로 움직인다면 전쟁의 주도권이 넘어온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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