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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
작년 벚꽃 필 무렵 첫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라는 글을 썼는데 벌써 한 해가 지났다. 재작년을 마무리하면서 이보다 더 역동적인 시간들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지난 해에는 그걸 훌쩍 뛰어넘어 때로는 탈진에 이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던건 존경하는 동료들 덕분이었으리라. 지난 3월 주주들에게 발송한 연례서신 중 일부와 못다한 이야기를 기록해 본다.
가장 높은 수준의 충성도를 갖고 있는 고객이 (Repeating Client) 같은 기간동안 2배 늘어났습니다. 이는 사업기반이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형태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실제로 2013년 4분기에 오픈서베이를 사용하고 2014년 1분기에도 한 번 이상 사용한 기업고객은 50개에 달합니다.
일반적인 시장조사의 리드타임이 연 1-2회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위에서 말한 재구매 고객은 그저 이탈하지 않은 고객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신뢰관계가 형성된 회사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오픈서베이와 함께 의사결정을 내린 고객사 열 곳 중 하나는 분기마다 우리와 함께 한다는 뜻이다. 행복한 일이다. 좋은 사람 주위에는 오래된 친구가 많은 것처럼, 회사와 고객 사이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시스템 복잡도를 극복하기 위해 연단위의 기술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이는 시스템 인프라를 분산처리가 용이한 형태로 변환하고, 보다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수집/처리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13년 여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이 시스템은 가능한 모든 설문 형태를 완결성있게 표현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기능개발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 번에도 강조했듯 오픈서베이의 핵심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백엔드 알고리즘에 있다. 그렇기에 시스템 설계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리서치 회사가 아닌 기술 회사 눈높이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불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기 위해 전체 구성원 셋 중 하나가 엔지니어다. 이러한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더 발할 것이 분명한데, 기술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들어가는 원가요소를 ‘점진적으로 하지만 영구적으로’ 개선하는 까닭이다.
물론, 오픈서베이의 미래는 단순하게 스마트폰으로 응답을 수집하는데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채널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고객에게 최상의 의사결정 기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다양한 채널의 응답을 수집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을 확보하는데 큰 기회가 있다고 믿습니다. 2013년 4분기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패시브 데이터 수집과 결과분석 자동화는 아이디인큐를 오는 2014년에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게 만드는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2013년의 우리는 국내 모바일 리서치 산업의 80%를 점유했다. 가능성을 증명하니 카피캣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엔 누구나 알만한 대형 IT기업도 있더라. 오픈서베이가 그들의 기준이 될만한 플랫폼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얼마 전에는 기능 이름까지 똑같이 따라한 회사가 수주경쟁에 참여한 적도 있는데, 이겨서 증명한 건 물론이다.
우리의 올 해 목표는 –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작년의 오픈서베이’를 뛰어넘는 일이다.
카피캣은 이겨서 증명해라
국내 최대 포털회사가 패션중심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갑론을박이 많다. 상생을 생각하면 인수했어야하는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대기업이 들어오면 지게될 사업이라면 애초부터 지속가능한것이었냐는 반문도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해당산업의 기존 대기업이 뛰어들었을 때 유지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어냐고 꼭 묻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뾰족한 기술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하거나, 속도를 살려서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놓겠다고 대답하는게 보통이다. 즉, 그들이 뛰어들어도 우리가 이길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발하는게 벤처기업이다. 그러면 이겨서 증명해야하는게 아닌가? 일례로 소셜커머스 산업의 경우, 태동하던 시기부터 수많은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뛰어들었지만, 결국 티켓몬스터와 쿠팡을 위시한 벤처회사들은 시장의 주도권을 잃지않았다. 그 과정에서 벤처회사가 다른 벤처회사를 인수하며 성장을 가속하거나,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든 사례도 적지않았다. 치열한 경쟁이 살아남은 이들의 체력을 강화한것도 사실이다. 과실은 소비자에게 간다.
다시 생각해보자.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출시하면서 유사 스타트업을 인수해야만 상생인걸까? 인수하는게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경우가 있을테고, 한쪽이 손해보는 경우도 있을거다. 산업이 뜨거워지면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진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가 대기업이 아닌 빠르고 뾰족하게 움직였던 벤처기업이었던걸 우리는 종종 보지않았던가. 기세등등하던 야후는 당시의 중소기업이던 엔에이치엔에 밀려 한국에서 철수했다. 납품처를 압박하는류의 불공정거래를 막을 일이지 합리적 경쟁을 막아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시장의 기회를 발견하고 신념으로 탑을 쌓아가는 모든 기업가들을 존중한다. 나아가 당대의 대기업이 뛰어들어 자본으로 밀어붙여도 꿋꿋이 버티며 사업을 성장시켜온 기업가들을 존경한다. 당연히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보자. 이럴수도 있다는걸 모르고 시작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