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티켓몬스터’
네 번째 투자
얼마 전에 네 번째 사무실로 이사를 했는데, 공교롭게 바로 일주일 뒤에 네 번째 투자를 마무리했다. 돌아보니 지난 2011년 늦가을에 있던 첫 번째 투자부터 지금까지 어느 한 번도 쉬운 순간이 없었다. 우리의 최선만으로는 늘 부족했고, 주변 사람들의 선의와 사람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시환경 변화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는 게 불가능했을 거다.
첫 번째 투자는, 정말 우연히 이루어졌다. 아이디인큐를 함께 시작한 이성호 본부장이 티켓몬스터 공동창업자인 권기현 본부장과 조우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성호 본부장은 창업하기 전 공인회계사였던 까닭에 스타트업 세계에 깜깜했고, 예전에 동아리를 같이 하던 권기현 본부장과는 간만에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했던 자리에서 아이디인큐에 합류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것. 권 본부장이 인턴정도 하고 있는 거겠지 생각했었단다. 신현성 대표와 권기현 본부장 등이 창업한 티켓몬스터가 리빙소셜이 매각된지 겨우 일주일 후의 일이다. 당황하다 못해 황당해했던 권기현 본부장이 신현성 대표에게 재밌는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꺼낸 것이 투자로 이어졌다.

“티켓몬스터에 인턴으로 있는 게 아니라, 공동창업자라구요?” 엔젤투자 에피소드가 소개된 기사
두 번째 투자는, 첫 번째 투자에 참여했던 신현성 대표의 소개를 계기로 이루어졌다. 티켓몬스터에 투자를 검토한 적이 있던 소프트뱅크벤처스 이강준 상무를 연결해준 것. 미팅은 티켓몬스터에 투자를 집행했던 (당시) 스톤브릿지캐피탈 박지웅 심사역과 공동으로 15억 원의 투자를 집행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Series A 라운드는 감사하게도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아이디인큐에 관심이 있던 개인투자자도 함께 해주셨고. 음재훈 TransLink Capital 대표, 조용범 Facebook 한국 지사장, 그리고 게임빌의 창업멤버로 활약하다가 지금은 Oracle 본사에서 근무하는 조성문 PM이 그들이다.
세 번째 투자는 Series A 투자의 연장선상에서 같은 투자자로부터 이듬해 이루어졌고. 지난 주에 마무리된 34억 원 규모의 Series B 라운드가 네 번째 투자였다. 2012년 가을, 한 행사장의 오픈서베이 부스에서 KTB네트워크 고병철 상무를 우연히 인사드리고 2년 동안 이따금 교류하다가 결국 후속투자로 연결된 것. 나중에 세어보니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 거의 열 번을 만났더라. 단순히 장밋빛 미래를 파는 게 아니라 단단한 실적과 또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신뢰가 중요한 후속 라운드였던 만큼 서로 공을 많이 들였던 셈이다. 그만큼 서로 얼마나 잘 맞을 수 있을까 까다롭게 따져봤다는 이야기다.
이번 라운드에는 기존 투자자뿐만 아니라 네오플과 위메프를 공동창업한 유제일 이사가 참여했는데. 특히 소프트뱅크, 스톤브릿지, 그리고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와 조용범 Facebook 한국지사장은 무려 3번째 투자라는 점에서 참 감사하다. 서비스도 출시하지 못했던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것도 깊은 철학과 신념이 필요하지만, 기업가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지속해서 재투자하는 것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좋은 시기와 힘들었던 시기에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공감해준 투자자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KTB네트워크가 주도한 Series B 투자가 소개된 기사
물론, 지금까지의 여정을 가능하게 해준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아이디인큐 구성원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존경할 수 있는 훌륭한 구성원들이 있기에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고.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더 많은 서비스를 기꺼이 사용해준 고객사가 있었기에 발전시킬 수 있었으며. 우리 팀을 믿어준 투자자 덕분에 구성원과 고객사를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올 수 있었다.
(아이디인큐는 여러 직군에서 신규채용을 진행중이다.)
약속을 지키자
신년을 맞아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쓰던 중이었다. 회사의 대표를 맡게된 시점의 메일을 다시 꺼내보았다. 지금보다 사람에 대한 강조가 더 선명하다. 아이디인큐는 태생부터 사람이 먼저였기에, 그리고 당시엔 오픈서베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이었던 까닭이다. 이른바 포부는 이랬다.
궁극적으로 ‘의미있는 도전을 함께하고, 성과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며, 개인의 발전을 지원하는, 행복한 회사‘라는 대명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하고싶은 방향을 최대한 고려할 것입니다.
내가 한 다짐들을 돌아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자던 구성원들에 대한 약속, 더 나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거라던 오픈서베이 고객들에 대한 약속, 그리고 훌륭한 팀과 사업모델의 가능성을 믿어달라던 투자자들에 대한 약속. 과분하게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받아왔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난 얼마나 실천해 보였는가.
그래서 새 해 목표는 단순하게 정했다. 내가 한 말을 지키자. 사업이 커져도 사람이 먼저인걸 잊지않는 행복한 팀, 기업들의 정확한 시장분석을 돕는 단단한 서비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재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자랑스러운 포트폴리오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올 해의 마지막 날에 담백하게 증거할 수 있기를.
This Journey 1% Finished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에 공개한 The Road We’ve Traveled 영상이 연일 화제다. 그가 취임하던 2008년 겨울이 미국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취임 이후 사회 전분야에 걸친 다양한 도전들을 얼마나 잘 해결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다. 이 영상을 보며 이제 막 1년이 지난 우리회사 (아이디인큐) 가 걸어온 길들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은 지난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면 반은 치기어린 어린 도전정신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벤처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법한 상황이었고, 그런 이야기를 한지 몇시간만에 “그래 해보자” 라고 빨리 행동에 옮긴 것이 일반적인 상황과 조금 달랐던 부분이다. 그렇게 회사가 만들어졌다.
시작하고 한동안 시행착오들이 많았다. 하고 싶던 아이디어들은 많았고 하나에 뾰족히 집중해서 승부를 봐야한다는 교훈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한 때 세가지 사업모델을 동시에 진행하려 애쓰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한 일이다. 여느 벤처선배님들이 강조하던 선택과 집중 (여러가지를 시도한다고 해도 한번에는 한개에만 집중) 에 대한 시행착오는 겪지 않는게 가장 좋았을텐데. 다행인건 이런 시행착오들을 빠르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겪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사무실은 용산 전자상가 뒷편에 복층형 오피스텔이었다. 고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시작해서 기숙사 분위기가 많이 났다. 주말이면 파트타임으로 힘을 모으던 친구들도 와서 같이 먹고, 일하고, 마시고, 잤다. 이 때를 생각하면 정말 한달 뒤가 보이지 않는 막연한 불안 속에서 ‘잘될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쓸 수 밖에 없어라고 생각한다던지, 그런 것 말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고, 6개월에 걸쳐 우리는 크게는 세가지 사업모델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개발해왔다. 첫 번째 아이템은 위치기반 사업모델이었는데 1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앱을 개발해 런칭해 추이를 보다가 결과적으로는 여러가지 이유들로 접기로 했고. 두 번째 아이템은 거진 5개월에 걸쳐 웹사이트와 앱을 모두 개발했던 커머스 관련 모델이었다. 마지막 아이템은 지금 아이디인큐가 주력하고 있는 모바일 앱 기반의 설문조사 서비스였다.
두 번째 아이템과 세 번째 아이템의 개발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이슈들이 생겼었는데, 크게는 팀워크와 리소스 이슈였다. 팀워크의 경우, 서로 다른 사업모델을 한 회사 내에서 개발하다보니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느낌 (혹은 공동체의식)이 약해졌던 일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시만해도 ‘우린 진짜 좋은팀이니까’ 둘 다 할 수 있을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
개발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뎠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작업분량은 훨씬 많았고, 안 그래도 적은 자원을 잘 활용해야하는 벤처입장에선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한 가지 아이템을 선택해 그것에 집중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는데. 깊이 있는 논의 끝에, 우리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아이템을 하나만 고르자면 ‘모바일 설문조사’였다는 결론이 난게 작년 8월의 일이다. 여담이지만, 두 번째 아이템의 경우 아직까지도 우리 개발서버 안에 코드가 잘 보관되어 있는데 지금도 다운받아서 컴파일하면 잘 돌아간다 ㅎㅎ
그러던 와중에 정말로 우연히 엔젤투자 제안을 받았다. 아이디인큐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성호가 티켓몬스터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기현이형과 만난게 시작이었다. 벤처에 합류하기 전에 공인회계사였던 성호는 이 쪽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고, 기현이형을 만나러갈 때만해도 내게 전화해서는 “괜찮은 형인데 티켓몬스터에서 일하나봐~ 얘기해보고 같이할 수 있는지 설득해볼게” 라고 했었다. 몇 시간 후, 알고보니 그 회사를 ‘공동창업’했던 사람이었다고 깜짝 놀란 목소리로 전화가 왔던 기억이 난다. (이 에피소드는 올 초에 머니투데이에 기사화된 바 있다.)
사실 전화를 받았을 때만해도 해프닝으로 끝날줄 알았는데. 기현이형이 티켓몬스터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였던 현성이형과 얘기를 하다가 ,아이디인큐 팀구성과 사업모델이 흥미롭다며 한 번 만나서 엔젤투자 논의를 해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물꼬가 트인 투자논의는 급진전되었고,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집행되는것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엔젤투자를 받았다.
오랜 시행착오들로 조금은 지쳐있던 시점이다보니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우리가 만들어가는 방향에 대한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라는 측면에서 함께하는 구성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또한 티켓몬스터라는 성공적인 벤처회사를 시작하고 만들어가는 현성이형과 기현이형으로부터의 조언들은 정말이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벤처 선배다 보니 다른 어떤 조언들보다 와닿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그렇게 오픈서베이의 웹과 앱을 런칭한게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3개월 전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런칭하던 월요일 (2011년 12월 19일) 정오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보도가 이어졌고 우리 보도자료가 거의 다 묻히게 됐던 상황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순 없다고 생각을 하고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된 인식조사’ 를 급히 진행했다. 우리의 가설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의견들이 수집되었고 이는 기존 온라인 설문조사들에 비해서 10배가 아니라 100배 넘게 빨랐다.
지난 세 달 동안 앱은 열 번도 넘게 업데이트가 됐고, 웹은 서른 번도 넘게 개선이 됐다. 지금은 SBS 와 조선일보 등 주요 미디어들이 오픈서베이를 이용해 원하는 지역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은 오픈서베이를 이용해 원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 서비스개발 및 개선에 필요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오픈서베이라는 사업모델은 혁신적인 속도와 비용이라는 점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기존 리서치서비스는 보통 천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서 몇 주에 걸친 시간이 지나고야 결과가 제공됐다. 극소수의 대기업들만 쓸 수 있는 가격이었다는 점인 차치하고서라도, 최소 2-3주가 소요된다는 점은 빠른 의사결정을 요하는 지금에 있어서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수천배 더 빠른 결과제공으로 인해 ‘시간비용’을 줄여주고 있으며, 열배 이상 저렴한 비용들로 인해 ‘설문조사를 하고싶지만 비싸서 할 수 없었던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합리적인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기업들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있고, 더 나은 판단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이 포스트를 쓰고 있던 와중에 언론을 통해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탈이 아이디인큐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긴 포스트다보니 글을 쓰기 시작하고 마무리하기까지 몇 일이 걸렸다 ^^;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향 비행기 탑승을 30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의 와해적 혁신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도를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려 한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실험을 위한 밑작업들을 진행해왔고,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사람들의 아이디인큐의 도전에 뜻을 같이해주어 함께 움직이고 있다. 한동안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유쾌한 도전들을 계속할 생각이다.
오픈서베이를 통해 고객들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의 여정만큼이나 더 신나고 즐거울 앞으로의 모험들이 기다려진다. 아이디인큐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