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한국신용데이터’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7주년에 부쳐
7년 전 오늘, 한국신용데이터는 자본금 300만 원으로 설립되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는 “금융산업은 변화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1년 반쯤 되었을 무렵엔 “사장님들이 ‘매일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으며, 3년이 되어가던 겨울에는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사업장이 20만 개가 넘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작년 여름, 한국신용데이터의 자회사(한국평가정보)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 허가를 받기도 했다. 오늘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겨둔다.
한국신용데이터 구성원 여러분께,
2023년 4월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한국신용데이터의 외부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시되었습니다. 전년도 매출액 혹은 자산이 500억 원 이상인 경우, 외부감사법에 따라 비상장법인도 실적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까닭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22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646억과 자산 1,419억을 기록했습니다.
7년 전 오늘, 한국신용데이터는 열 평짜리 오피스텔 한편에서 인터넷으로 법인설립 신청을 했고. 6년 전 오늘,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288개에 불과했습니다. 돌아보았을 때 아쉬운 것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많은 사장님이 우리 서비스에 애정을 갖고 사용해 주시고, 또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분주히 보내다 보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지난가을, 작년 이맘때를 돌아보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요. 단언컨대, 우리는 6주년을 맞았던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고객, 서비스, 구성원,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점에서 -전례없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지나오면서도- 제법 많이 나아왔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공동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60만 개 늘었고(140만 → 200만), 구성원은 130명 늘었으며(210명 → 340명), 분기 매출은 278억 늘었습니다. (48억 → 326억) 외적 성장은 공동체 회사의 영향이 컸지만, 같은 기간 캐시노트 서비스가 많이 발전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캐시노트 서비스 이용 빈도는 50% 이상 늘었고, 마켓 서비스를 통해 사장님이 캐시노트에서 가게 운영에 필요한 식자재와 물품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사업자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여러 금융상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홈탭 개편과 브랜드경험 정립을 포함해 크고 작은 고객 경험 개선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여정의 시작점엔 우리를 신뢰해 준 사장님이 있고, 사장님의 문제를 풀기 위해 헌신해 준 구성원 여러분이 있으며, 우리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주주가 있더군요. 물론 커진 규모만큼 책임감은 늘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사장님에게 더 많은 효용을 드릴 수 있게 되었기에 더 잘 해낼 거란 기대도 합니다. 함께하는 훌륭한 동료들도 많아졌고요.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 그렇게 앞으로 1년을 더, 함께 성장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 켈빈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7주년에 부쳐, 구성원에게 보낸 메모 (2023년 4월 27일)
다시, 커브 길에서
이번에 하려는 건 전자증빙 데이터(electronically verifiable data)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방법론을 이용, 중소사업자 자금조달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일입니다. (…중략…) 다시 말해, 지금까지 비어있던 재무/정량 데이터 기반 중소사업자의 신용평가모델에 대한 요구가 지속해서 커질 것이 자명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2016년 5월 22일)
지난 수요일, 6년 전 봄에 보냈던 메일을 다시 찾아봤다. 한국신용데이터를 시작하면서 가까운 몇 분에게 말씀드렸던 ‘데이터 기반의 사업자 신용평가’가, 드디어 제도권에 안착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 주도로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보험, KB국민은행, 현대캐피탈, 전북은행, 그리고 웰컴저축은행과 함께 설립한 한국평가정보(*1)는 2022년 7월 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로 허가받았다. 금융정보를 토대로 평가하는 전업 신용평가사(금융CB)로 범위를 넓혀 보아도,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새롭게 인가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6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사업자 자금조달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한국신용데이터가 해결하는 사업의 순간 중 하나가 되었고. 우리는 자금조달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키는 모든 과정이 더 쉬워지게 하겠다는 더 큰 꿈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객 기반이 시작할 때의 상상보다 더 큰 규모로 늘었고, 그 속도가 여전한 까닭에 가능한 일이다; 2022년 6월 말을 기준으로 한국신용데이터 공동체(*2)의 서비스는 150만 개 넘는 사업장에 제공되고 있으며, 상반기에 늘어난 수만 35만(*3)에 이른다.
2016년에 이야기했던 커브 길을 돌고 나왔을 때 우리는, 가장 많은 동네가게들에서 쓰이는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이 되었다. 지금 우리 팀이 들어선 또 다른 커브 길을 멋지게 돌아 나올 때는, 캐시노트가 사업의 모든 순간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비스로써 모든 사장님으로부터 압도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곧 사명 변경 예정으로, 아직 정식 명칭은 '데이터 기반 중금리시장 혁신 준비법인'이다. *2. 한국신용데이터 본사와 5개의 공동체 회사는 캐시노트, 비즈봇, 아임유, 푸짐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3. 캐시노트를 출시하고 2년 동안 20만 사업장 고객을 확보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올해 성장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틈을 넘으며
출시하고 7개월 만에 3만 번째 고객사를 맞았다. 전국에 행정동이 3천 개 조금 넘으니, 어느 동네에 가든 캐시노트를 쓰는 사업장이 10개씩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200만 개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여정은 말 그대로 1%밖에 지나지 않았다.
3만 번째 고객사에 덧붙여 (2017.12)
이후 1년 2개월 동안 캐시노트를 도입한 사업장은 7배 늘어 20만 개를 넘었다. 지난해 여름 10만 개를 기념하는 글을 적다가 탈고를 못다 했는데, 이번에는 꼭 메모를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만’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목표하는 시장의 어디쯤을 지나는지 가리키는 중요한 이정표인 까닭이다.
기술수용주기 모델과 ‘캐즘(chasm)’의 개념을 제시했던 제프리 무어 박사는 신기술이 처음 보급된 후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단절이 발생하는데, 그게 전체 시장의 13~19% 지점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따라서 그 틈을 지나고 있는 서비스의 성장세가 견조하다면 좋은 신호, 반대라면 좋지 않은 뜻일 테다.
캐시노트에 대입해보자.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는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사업장’인데. 국내 활성 카드 가맹점(월 1회 이상 카드 결제가 발생하는 매장)이 약 150만 개로 추산되므로, 이 시장의 틈은 약 20~30만 개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신규 고객사 추이를 보면, 서비스를 출시한 첫해 월 3천 개 수준에서 이듬해 월 1만 개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월 2만 5천 개씩 늘고 있다. 이번 달에 새로 캐시노트를 도입된 고객사만 3만 곳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성장세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국내에서 매월 신규 계약되는 카드 가맹점은 약 4~5만 개 수준이니,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여지도 열려있다.
즉, 캐시노트는 초기 시장을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중이다. 몇 달 안에 드러나겠지만, 지금 추세라면 곧 틈의 구간을 완전히 넘어서 주류 시장에 안착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은 우리가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있어 무서운 신예(enfant terrible)를 넘어 대세(mainstream)로 인정받는 원년이 될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가 매일 마주하는, 직접 처리하기 어렵고 번거로운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해 왔다. 오늘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갈지와 같은 기초적인 현금흐름 관리부터, 재방문 고객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방문했던 고객들이 우리 가게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주위 상권과 비교했을 때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까지.
기능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로켓을 만드는 일처럼 보이지 않지만 1)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2) 사업자를 최우선순위로 놓음을 타협하지 않으며, 3) 일관성 있게 의사결정을 지속하는 일은 로켓을 만들기보다 쉽다고 볼 수 없다. 예컨대, 단골 비율을 알려주는 기능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사람들은 식당 문을 열고 나면 처음 물어보는 게 매출이 얼마냐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매출 같은 걸 따지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손님의 재방문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 한 번 왔다가 다시 찾는 비율이 70퍼센트가 넘으면 그 매장은 성공한 것이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백종원씨 말처럼 단골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장사를 안 해본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캐시노트 이전에 재방문 고객 비율을 제대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사업장의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재방문 비율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사장님이 해당 상권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게끔 돕는 것. 우리가 깨어 보인 콜럼버스의 달걀 중 하나다.
데이터 비즈니스는 사람과 자본이 많을수록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깊고 정교한 구상으로 제품을 단단히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채용에 있어 대단히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타협하지 않는 이유이자, 통상적인 경우보다 이른 시점에 시니어 리쿠르터 포지션을 열게 된 이유다.
전국 20만 개 넘는 사업장에 도입되어 있고, 매월 3만 개에 달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60조 원 이상의 오프라인 결제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열 명이 조금 넘는 규모다. 소수정예를 유지함으로써 1) 고객에게 더 많은 조각(pie)을 양보해도 괜찮은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었고, 2) 팀원마다 더 큰 배움과 보상이 주어지는 조직 구조를 확립했으며, 3) 외부에 의지하지 않아도 괜찮은 재무 구조를 견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사업자를 가운데 두고 뭉친 젖은 눈덩이(wet snow)는 틈을 넘어서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덩이가 굴러갈 언덕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 보인다. 지금 이 여정에 합류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3만 번째 고객사에 덧붙여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녔다. 사장님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직접 듣고 싶던 까닭이다. 점심·저녁으로는 손님 대응에 바쁘기 때문에, 제대로 대화할 수 있는 건 한적한 오후가 유일하다.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손님이 몰릴 땐 계산하는 것만도 정신없는데, 그 와중에 어느 아르바이트생이 급한 사정으로 출근하지 못하면 큰일이다. 차분히 매출을 분석하는 것은 요원해진다. 식당이든 편의점이든 병·의원이든 모두 같은 처지다.
그런 중에 ‘손님이 아닌 누군가’가 매장에 들어와 서비스를 제안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 초면의 세일즈맨을 신뢰할 이유가 없지 않나. 오프라인 영업이 어려운 이유다.
어머니는 모바일 앱 설치를 부탁하곤 한다. 자주 쓰는 것이 아닌 앱스토어 비밀번호를 기억하기 어려우셨으리라.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게 되었지만, 누구나 편히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갤럭시S가 출시된 2010년엔 앱 소개코너가 신문지면에 있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친구들이 모이면 재밌게 쓰는 앱을 추천하곤 했다. 그때는 새로운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게 지금보다 쉬웠다.
컴스코어가 발표한 2017 미국 모바일 앱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세 달 동안 새 앱을 하나도 내려받지 않은 미국 스마트폰 이용자가 절반이 넘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2017년에 모바일 서비스를 안착시키려면 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국내 카드결제 시장에는 해외에는 없는 VAN(부가가치통신망) 사업자가 존재한다. 가맹점 모집·관리 등 다양한 부가업무를 대행함으로써 카드사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 하지만 카드사마다 정산 일자와 수수료율이 다르고, VAN 대리점에서 거래정보를 프로세싱하는 과정에서 제때 정산산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사장님 입장에서는 오늘 돈이 얼마나 들어올지 알아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사장님들이 ‘매일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서비스.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별도 모바일 앱은 아니어야 했고, 오프라인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지만 오프라인으로 영업해서는 안 된다. 캐시노트는 이런 배경에서 개발됐다. 소셜커머스, 배달서비스, 그리고 고객관리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오프라인 영업조직이 없는 회사는 없었다. 우리는 디지털 채널만으로 소구할 수 있을 거라는 급진적 가설을 세웠다.
2017년이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전 국민이 카카오톡을 쓰고, 가장 많이 이용되는 지급수단이 신용카드이며, 셋 중 하나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까닭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이라면 엄두를 못 냈을 일이다.
그렇게 출시하고 7개월 만에 3만 번째 고객사를 맞았다. 전국에 행정동이 3천 개 조금 넘으니, 어느 동네에 가든 캐시노트를 쓰는 사업장이 10개씩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200만 개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여정은 말 그대로 1%밖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신용데이터 구성원 모두의 헌신이 있어 가능한 여정이기도 하다.
사장님들의 따뜻한 응원으로 열정을 지속할 수 있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힘을 보태준 파트너가 있어 앞으로 갈 길이 외롭지 않을 테다. 본경기는 이제 시작이다.
진짜 캐시노트가 있어 행복해요.
– 임은숙 사장님이 남겨주신 댓글 중에서
커브 길에서
포뮬러 원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마이클 슈마허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1994년을 시작으로 이후 10년 동안 월드 챔피언을 7번이나 했으니 말이다. 난 당시 경기 중에 1995년 그랑프리 장면을 종종 돌려보곤 하는데, 그중 백미는 바로 슈마허가 알레시를 추월하는 순간이다.
승부는 커브 길에서 난다. 앞서가던 사람은 보통 안쪽으로 주행하며 거리를 줄이지만, 방향전환을 빠르게 해야 하는 까닭에 감속의 폭 또한 크다. 따라서 뒤따라가던 사람의 유일한 추월 차선은 커브 길의 바깥쪽이다. 더 긴 거리를 돌지만, 속력을 덜 줄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직선 구간에서 치고 나갈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상용인터넷이 개시된 직후 창립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갤럭시S 출시 직전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톡은, 커브 길에서 승부를 걸었던 패기 어린 벤처기업이었다. 물론 같은 방향으로 승부를 걸었던 경쟁자가 수없이 많았기에 그 안에서의 자리다툼 또한 만만치 않을 테다. 하지만 시작이 반인 만큼 이미 타이밍에서 적잖이 걸러짐이 분명하다.
소비자 분석을 업으로 삼고 있는 첫 번째 회사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15%에 불과할 때 설립된 까닭에, 훌륭한 엔젤 투자자와 초기 구성원을 경쟁이 격화되기 전 모을 수 있는 운이 따랐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란 거대한 흐름에 탔던 거다. 이후 조직의 성장과 개인으로서의 기여분은 반비례했을 테니, 결국 나의 가장 큰 역할은 적절한 때에 시작한 것 그 자체였을 테다.
한편, 지난봄 설립한 두 번째 회사는 리스크 평가를 업으로 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소사업자 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연 400조 원에 이를 만큼 거대한 규모지만, 오랫동안 법적·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시장참여자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하게 운영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하지만 리스크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금융산업은 변화하기 쉽지 않다. 특히 라이센스를 얻기 위한 최소 요건과 규제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한데. 금융위원회가 이번 달 중순 입법예고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보면 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다. 커브 길에 들어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