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오픈서베이, 그리고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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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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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회의가 끝나고 혼자 멍하니 상념에 빠졌다. 정확하게 1년 전에 이 테이블 하나놓고 시작했을 때엔, 지금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작년 여름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벤처열풍이 강하지않았고, 이제서야 소셜커머스가 아닌 초기 벤처회사들이 조금씩 주목받던 시기였다. 신문을 펼치면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곳곳에 보이는 지금과는 적지않게 달랐다.

문득 1년 전이 아니라, 10년 전 벤처업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금수강산도 변하는 시간인데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일단 ‘스타트업’을 제목이나 본문에 포함한 기사수를 찾아봤다. 2012년 7월의 경우 25일 현재까지 총 439건, 1년 전인 2011년 7월은 178건, 그리고 10년 전인 2002년 7월은? 단 4건에 불과하다.

10년 전엔 지금보다 100배나 미디어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일까? 아니다.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유행어인 까닭이다. 실제로 같은기간동안 ‘벤처’를 포함한 기사수를 비교해보면 2828건 > 2135건 > 1132건 으로 2.5배정도의 차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상생, 동반성장, 중소기업이 강해야한다는 메타포는 늘 있어왔다.

◆ 벤처가 무너진다 (연합뉴스 2002년 7월 23일)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산은캐피탈, 무한투자 등 4대 벤처캐피털이 현재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재원은 총 3천361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올 상반기 벤처에 투자한 금액은 총 909억원으로 작년동기 투자액(1천312억원)의 69%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설립후 1년미만의 초기 벤처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의 5.8%, 53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 벤처 자금난 심각, 하반기 ‘벤처대란’ 우려 
(매일경제 2002년 07월 28일)
S사는 돈이 안되는 연구개발 부문을 과감히 포기할 예정이다. 차세대 수익원으로 기대했던 인터넷전화(VOIP) 등은 언제 시장이 커질지 기 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만 30% 정도 연구인력을 줄이고 남는 인력을 영업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 테헤란벨리를 떠나는 벤처기업들 (아이뉴스 2002년 7월 30일)
유동자금 부족 및 고정비 지출 등의 문제로 테헤란벨리를 떠나는 벤처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서울 테헤란벨리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분당 신도시 등으로 둥지를 옮기는 곳도 있다. 하지만 서울 외곽이나 대학교 창업보육센터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는 곳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뛸 선수는 없는데 운동장만 많아진다’는 농이 들릴정도로 인큐베이터와 지원정책이 많아진 지금과 달리, 2002년의 여름은 벤처에게 참 시렸다. 벤처회사들에 대한 혹독하고 냉정한 평가, 그리고 투자유치의 어려움이 상존하던게 불과 10년 전 여름이다.

역사책에 나와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현실과 동떨어져보여도 사실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문제되는 상황들은 비슷하다.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에게 2012년 여름이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옛적 얘기가 될거다. 그 때 그 책은 나를, 우리를, 그리고 지금을 어떻게 그려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