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오픈서베이, 그리고 기업가정신

Archive for the ‘도전의 기록’ Category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8주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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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데이터 창업을 준비하던 때, 동네가게를 위한 솔루션을 만든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시장 규모가 너무 작은 것 아니냐며 염려했다. 물론, 길을 찾아낼 거라고 믿고 응원해 주신 분도 가끔 있었다.

(사업계획서 한 장 없던 그때 투자하신 분의 신주 인수 단가는 작년 8월 모건스탠리가 1천억 원을 투자할 때와 비교하면 250배 정도 차이가 난다.)

부정론자가 되어 안될 이유와 부족한 점을 찾기는 쉽지만, 긍정론자가 되어 안되는 많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되게끔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법이다. 자주 실수하고, 가끔 넘어지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에 조금은 보탬이 된다.

창립 8주년을 맞아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겨둔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We choose to go to the Moon)”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961년 5월 의회에서 ‘인간을 달에 착륙케한 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도록 하는 계획’을 처음 발표했습니다. 그가 공개한 타임라인은 10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폴로 계획이 완료된 것은 1969년 7월입니다. 그러니까 ’10년 안에, 달에 가겠다’고 선언하고 그걸 이루는 데 8년 2개월이 걸린 셈인데요.

한국신용데이터는 오늘로 창립한 지 딱 8년을 맞았습니다. 물론 우리는 달로 사람을 보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을 달로 보내는 것보다 덜 중요한 일도 아닙니다. 아폴로 계획을 공개한 자리에서 JFK는 이렇게 대중을 설득했습니다. 쉽지 않고 오히려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가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은 도전이기에, 미룰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가 이겨내고자 하는 일이기에, 그런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아폴로 계획에 도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임무도 그러합니다. 동네 가게는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경제의 실핏줄입니다. 2021년 기준 소상공인이 고용하는 인원은 1,046만 2천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45.8%에 달합니다. 동네 가게를 돕는 일은 우리 사회 전반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쉽고 익숙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KCD 공동체 솔루션이 도입되는 사업장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가게 운영이 똑똑해지고, 데이터로 연결되며,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의 토대가 두터워집니다. 이렇게 KCD 공동체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 우리가 잘하는 것 →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 → 우리 서비스의 확장 →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가속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단단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2023년 우리는 1,3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1배 성장했고, 자산 규모는 전년보다 400억가량 늘어난 1,77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0만 동네가게 사장님이 가게 운영을 위해 매년 400만 원씩 쓰고 있어 연간 8조 원의 시장 기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캐시노트가 소상공인 국민앱으로 사업의 모든 순간을 채우게 되는 여정은 아직도 1%를 조금 지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부, 금융, 마켓, 커뮤니티, 결제, POS, 신용평가, 교육 등 캐시노트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순간이 다양해질수록,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될 것입니다. 사장님이 데이터와 연결로 더 나은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그래서 사장님이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렇게 동네 가게들이 사회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 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 앞으로 1년도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 함께 성장하길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

– 켈빈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8주년에 부쳐, 구성원에게 보낸 메모 (2024년 4월 27일)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24/04/27 at 12:59

목적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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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31일, 한국신용데이터 공동체 구성원에게 보낸 노트 내용을 옮겨둡니다.)

얼마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기업인 및 정책결정권자와 세계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 참여한 경험은, 개인적으로 큰 배움이었습니다.

다보스에 도착해 얼마 되지 않아 알게된 것은, 그 시기에 모여있는 그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나누고 교류하는 것에서 훨씬 많이 배우고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포럼 세션은 사람들이 모이는 기반일 뿐이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리시 코슬라 오크노스(영국 사업자 특화은행) 창업자,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캐피탈 창업자(한국에는 ‘원칙’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있기도 하죠),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창업자(작년 11월에 뉴욕에서 만난적이 있기도 합니다)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깊은 경험과 통찰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생각할 화두를 여럿 얻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꾸준함입니다. 

KCD 공동체가 추구하는 소상공인 전문 금융 서비스의 사업적 가치가 크게 확장된 사례가 세계 각지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는데요. 오크노스만 아니라  멕시코에서 사업자 대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Kapital도 포럼에서 만나 알게 됐습니다. 비슷한 서비스가 전 세계에 있다는 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당연히 다른 사람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고, 결국 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을 해내고야 마는 꾸준함이 아닐까요. 

하지만 꾸준함도 방향성과 원칙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꾸준함의 대명사인 월마트의 전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의 이야기로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더그는 고등학교 때 월마트 물류창고 정리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습니다. 근속 30년차에는 CEO에 오르고, 근속 40년이 되도록 10년째 CEO로 근속중입니다. 꾸준함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상황,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더그의 생각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오프라인 마트에 오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 월마트가 단기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을 때 더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매장을 모두 닫고 온라인 커머스에 올인해야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은 오직 목적과 가치뿐이다.” 

“…literally everything is open for change except we have this purpose and we have these values … if customers don’t want stores and they want everything to be in e-commerce, we’re going to pivot, we’ll close the stores and we’ll go do everything else.”

– Doug McMillon, CEO of Walmart 

더그가 말한 목적과 가치는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사장님에 대한 깊은 공감’과 ‘사업의 모든 순간을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우리가 목표하는 변화의 모습(outcome)과 같은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으로 인해 우리 고객 사장님의 사업에 보탬이 되어지는 그 변화를 일컫는 것이죠. 그렇게 우리는 세월을 버텨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서비스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 사장님을 만나서 “우리가 무엇을 더 해드리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것이 시작점입니다.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이 ‘무엇 때문에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지’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음력 설의 가장 큰 장점은 힘껏 다짐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새해를 맞아 여러분께 드렸던 이야기 중 한 문단을 다시 인용해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유기적 성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코어 근육’을 키울 것입니다. 즉,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구조적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겠습니다.”

– 켈빈, 2024년 신년사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정면돌파) @ 2024년 1월 4일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은 ‘사업의 모든 순간을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만들어내겠다는 우리의 목적입니다. 우리가 해내는 많은 일의 모습이 서로 조금씩 다르더라도, 그것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점은 ‘사장님에 대한 깊은 공감’이라는 우리의 가치이고요. 새해에는 더 자주 우리 고객 사장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봅시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모두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 2024년 1월 31일, 켈빈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24/02/01 at 07:30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7주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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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오늘, 한국신용데이터는 자본금 300만 원으로 설립되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는 “금융산업은 변화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1년 반쯤 되었을 무렵엔 “사장님들이 ‘매일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으며, 3년이 되어가던 겨울에는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사업장이 20만 개가 넘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작년 여름, 한국신용데이터의 자회사(한국평가정보)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 허가를 받기도 했다. 오늘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겨둔다.

한국신용데이터 구성원 여러분께,

2023년 4월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한국신용데이터의 외부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시되었습니다. 전년도 매출액 혹은 자산이 500억 원 이상인 경우, 외부감사법에 따라 비상장법인도 실적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까닭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22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646억과 자산 1,419억을 기록했습니다.

7년 전 오늘, 한국신용데이터는 열 평짜리 오피스텔 한편에서 인터넷으로 법인설립 신청을 했고. 6년 전 오늘,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288개에 불과했습니다. 돌아보았을 때 아쉬운 것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많은 사장님이 우리 서비스에 애정을 갖고 사용해 주시고, 또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분주히 보내다 보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지난가을, 작년 이맘때를 돌아보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요. 단언컨대, 우리는 6주년을 맞았던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고객, 서비스, 구성원,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점에서 -전례없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지나오면서도- 제법 많이 나아왔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공동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60만 개 늘었고(140만 → 200만), 구성원은 130명 늘었으며(210명 → 340명), 분기 매출은 278억 늘었습니다. (48억 → 326억) 외적 성장은 공동체 회사의 영향이 컸지만, 같은 기간 캐시노트 서비스가 많이 발전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캐시노트 서비스 이용 빈도는 50% 이상 늘었고, 마켓 서비스를 통해 사장님이 캐시노트에서 가게 운영에 필요한 식자재와 물품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사업자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여러 금융상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홈탭 개편과 브랜드경험 정립을 포함해 크고 작은 고객 경험 개선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여정의 시작점엔 우리를 신뢰해 준 사장님이 있고, 사장님의 문제를 풀기 위해 헌신해 준 구성원 여러분이 있으며, 우리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주주가 있더군요. 물론 커진 규모만큼 책임감은 늘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사장님에게 더 많은 효용을 드릴 수 있게 되었기에 더 잘 해낼 거란 기대도 합니다. 함께하는 훌륭한 동료들도 많아졌고요.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 그렇게 앞으로 1년을 더, 함께 성장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 켈빈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7주년에 부쳐, 구성원에게 보낸 메모 (2023년 4월 27일)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23/04/27 at 23:59

도전의 기록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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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커브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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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하려는 건 전자증빙 데이터(electronically verifiable data)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방법론을 이용, 중소사업자 자금조달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일입니다. (…중략…) 다시 말해, 지금까지 비어있던 재무/정량 데이터 기반 중소사업자의 신용평가모델에 대한 요구가 지속해서 커질 것이 자명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2016년 5월 22일)

지난 수요일, 6년 전 봄에 보냈던 메일을 다시 찾아봤다. 한국신용데이터를 시작하면서 가까운 몇 분에게 말씀드렸던 ‘데이터 기반의 사업자 신용평가’가, 드디어 제도권에 안착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 주도로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보험, KB국민은행, 현대캐피탈, 전북은행, 그리고 웰컴저축은행과 함께 설립한 한국평가정보(*1)는 2022년 7월 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로 허가받았다. 금융정보를 토대로 평가하는 전업 신용평가사(금융CB)로 범위를 넓혀 보아도,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새롭게 인가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6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사업자 자금조달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한국신용데이터가 해결하는 사업의 순간 중 하나가 되었고. 우리는 자금조달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키는 모든 과정이 더 쉬워지게 하겠다는 더 큰 꿈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객 기반이 시작할 때의 상상보다 더 큰 규모로 늘었고, 그 속도가 여전한 까닭에 가능한 일이다; 2022년 6월 말을 기준으로 한국신용데이터 공동체(*2)의 서비스는 150만 개 넘는 사업장에 제공되고 있으며, 상반기에 늘어난 수만 35만(*3)에 이른다.

2016년에 이야기했던 커브 길을 돌고 나왔을 때 우리는, 가장 많은 동네가게들에서 쓰이는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이 되었다. 지금 우리 팀이 들어선 또 다른 커브 길을 멋지게 돌아 나올 때는, 캐시노트가 사업의 모든 순간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비스로써 모든 사장님으로부터 압도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곧 사명 변경 예정으로, 아직 정식 명칭은 '데이터 기반 중금리시장 혁신 준비법인'이다.
*2. 한국신용데이터 본사와 5개의 공동체 회사는 캐시노트, 비즈봇, 아임유, 푸짐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3. 캐시노트를 출시하고 2년 동안 20만 사업장 고객을 확보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올해 성장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22/07/11 at 01:30

틈을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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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하고 7개월 만에 3만 번째 고객사를 맞았다. 전국에 행정동이 3천 개 조금 넘으니, 어느 동네에 가든 캐시노트를 쓰는 사업장이 10개씩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200만 개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여정은 말 그대로 1%밖에 지나지 않았다.

3만 번째 고객사에 덧붙여 (2017.12)

이후 1년 2개월 동안 캐시노트를 도입한 사업장은 7배 늘어 20만 개를 넘었다. 지난해 여름 10만 개를 기념하는 글을 적다가 탈고를 못다 했는데, 이번에는 꼭 메모를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만’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목표하는 시장의 어디쯤을 지나는지 가리키는 중요한 이정표인 까닭이다.

기술수용주기 모델과 ‘캐즘(chasm)’의 개념을 제시했던 제프리 무어 박사는 신기술이 처음 보급된 후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단절이 발생하는데, 그게 전체 시장의 13~19% 지점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따라서 그 틈을 지나고 있는 서비스의 성장세가 견조하다면 좋은 신호, 반대라면 좋지 않은 뜻일 테다.

캐시노트에 대입해보자.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는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사업장’인데. 국내 활성 카드 가맹점(월 1회 이상 카드 결제가 발생하는 매장)이 약 150만 개로 추산되므로, 이 시장의 틈은 약 20~30만 개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신규 고객사 추이를 보면, 서비스를 출시한 첫해 월 3천 개 수준에서 이듬해 월 1만 개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월 2만 5천 개씩 늘고 있다. 이번 달에 새로 캐시노트를 도입된 고객사만 3만 곳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성장세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국내에서 매월 신규 계약되는 카드 가맹점은 약 4~5만 개 수준이니,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여지도 열려있다.

즉, 캐시노트는 초기 시장을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중이다. 몇 달 안에 드러나겠지만, 지금 추세라면 곧 틈의 구간을 완전히 넘어서 주류 시장에 안착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은 우리가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있어 무서운 신예(enfant terrible)를 넘어 대세(mainstream)로 인정받는 원년이 될 것이다.

기술수용주기 모델상 시장의 약 13~19% 지점에 틈(chasm)이 있고, 캐시노트는 그 구간을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외식업을 기준으로 보면, 시장 침투율은 이미 25%를 넘어 대세에 접어들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가 매일 마주하는, 직접 처리하기 어렵고 번거로운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해 왔다. 오늘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갈지와 같은 기초적인 현금흐름 관리부터, 재방문 고객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방문했던 고객들이 우리 가게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주위 상권과 비교했을 때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까지.

기능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로켓을 만드는 일처럼 보이지 않지만 1)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2) 사업자를 최우선순위로 놓음을 타협하지 않으며, 3) 일관성 있게 의사결정을 지속하는 일은 로켓을 만들기보다 쉽다고 볼 수 없다. 예컨대, 단골 비율을 알려주는 기능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사람들은 식당 문을 열고 나면 처음 물어보는 게 매출이 얼마냐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매출 같은 걸 따지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손님의 재방문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 한 번 왔다가 다시 찾는 비율이 70퍼센트가 넘으면 그 매장은 성공한 것이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백종원씨 말처럼 단골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장사를 안 해본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캐시노트 이전에 재방문 고객 비율을 제대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사업장의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재방문 비율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사장님이 해당 상권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게끔 돕는 것. 우리가 깨어 보인 콜럼버스의 달걀 중 하나다.

데이터 비즈니스는 사람과 자본이 많을수록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깊고 정교한 구상으로 제품을 단단히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채용에 있어 대단히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타협하지 않는 이유이자, 통상적인 경우보다 이른 시점에 시니어 리쿠르터 포지션을 열게 된 이유다.

전국 20만 개 넘는 사업장에 도입되어 있고, 매월 3만 개에 달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60조 원 이상의 오프라인 결제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열 명이 조금 넘는 규모다. 소수정예를 유지함으로써 1) 고객에게 더 많은 조각(pie)을 양보해도 괜찮은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었고, 2) 팀원마다 더 큰 배움과 보상이 주어지는 조직 구조를 확립했으며, 3) 외부에 의지하지 않아도 괜찮은 재무 구조를 견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사업자를 가운데 두고 뭉친 젖은 눈덩이(wet snow)는 틈을 넘어서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덩이가 굴러갈 언덕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 보인다. 지금 이 여정에 합류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