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카카오, 그리고 네이버컴과 한게임
2000년 4월 26일, 네이버컴은 한게임을 인수했다. 네이버컴은 새롬기술로부터 250억 원을 투자받아 현금이 풍부했으나 새로운 수익모델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한게임은 수익화에 성공했지만 폭증하는 트래픽을 대응할 인프라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후발주자였던 네이버는 이후 한게임 유료화와 검색광고의 대성공으로 다음을 뛰어넘어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섰는데. 잘 알려진 것처럼 한게임은 카카오를 설립한 김범수 의장이 만든 회사였고, 당시 한게임은 네이버컴의 1/4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김 의장은 피인수 이후 한동안 공동대표를 맡다가 ‘주인공’ 역할을 이해진 의장에게 넘긴 바 있다.
2014년 5월 26일 오늘, 다음은 카카오와 합병을 발표했다. 다음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있으나 네이버에 밀리고 있고, 카카오는 수익화에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여력이 (라인/위챗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겠다. 정확하게 14년 1개월의 시차를 두고 닮은 꼴의 인수합병이 일어난건데. 다른 점은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가 다음의 3.5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사실이다. 말이 합병이지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모양새다. 김 의장은 통합법인 주식의 40%를 소유하는 최대주주가 된다.
물론 당시 벤처기업이었던 네이버컴과 한게임, 그리고 대기업에 가까운 다음과 카카오의 인수합병효과는 다를 수 있다. 조직이 큰 만큼 합병 후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시간이 더 걸릴테니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는 것 또한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와츠앱과 네이버 라인과의 경쟁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체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즉시 유효하다. 한국경제 임원기 기자가 어제를 버려라에 묘사했던 승부사 기질이 다시 한 번 나온셈이랄까?
앞으로의 다음카카오, 아니, 이번엔 주인공 역할을 할 김범수 의장의 ‘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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