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사무실
첫 번째 사무실은 용산 전자상가 뒤편이었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넉넉치 못한 자금을 갖고 시작했고, 지금처럼 인큐베이터가 흔치 않았기에 여섯 평 남짓한 오피스텔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이었다. 조립가구를 사서 직접 낑낑대며 나사를 조이고 다른 회사가 쓰던 중고 서버를 샀지만,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첫해 12월까지 10개월을 머물렀다.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용산 사무실에서는 등을 부딪치며 일하기 일쑤였다. 조금 더 넓은 두 번째 사무실을 구하는 과정에서 광화문 일대와 강남 일대를 놓고 고민했는데. 분당과 수원 쪽에서 올라오는 구성원에게는 신분당선이 있는 강남역 근처가 낫겠다 싶었고, 테헤란로가 벤처에 주는 상징성도 있기에 강남권으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주머니 형편이 넉넉치 못한건 마찬가지라 대로변 건물을 구할 순 없어서, 역삼초등학교 근처 주택 한 층을 빌렸다. 아래 사진처럼 거실은 개발그룹이 안방은 사업그룹이 쓰다가 5개월 만에 떠나게 됐는데. 가장 짧게 머물렀지만 가장 많이 밤을 지새운 시기여서 그런지 일 년은 있던 기분이다.
첫 번째 공개채용이 대흥행하면서, 여섯 명 남짓이던 회사가 열댓 명으로 불어났고 석 달 만에 세 번째 사무실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첫 번째 기관투자를 받은 직후였던 까닭에,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사무실로 옮겨보자 생각했고. 십수 개의 후보를 둘러보다가 첫눈에 반한 곳이 바로 엊그제까지 사용하던 서초 사무실이다. 강남역 우성아파트 모퉁이에 있어서 채광도 좋았고 신축건물이라 산뜻한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입주할 때만 해도 공간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2년이 흐르는 사이에 사람들이 두 배로 늘면서, 회의실 두 개 중 하나는 사무공간으로 전환해야 했다. 좀 더 큰 사무실이 필요한 시점이 온거다.
그리고 어제 네 번째 사무실로 이사를 마쳤다. 서비스 특성상 구성원들은 온종일 앉아있어야 하는데도, 썩 좋은 사무 가구를 제공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옮길 때에는 모두 퍼시스 가구로 바꿨더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외부미팅이 많고 활기찬 사업그룹은 입구 앞 트인 공간에 자리를 잡았고, 집중을 요구하는 업무가 많은 개발그룹은 조용하게 분리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두 그룹 사이에 휴게공간을 마련한 까닭은 일할 때에는 각자여도 쉴 때는 같이 이야기 나누면 좋겠단 생각 때문이다.
이번 사무실은 강남 교보빌딩 건너편 포스코 사옥에 위치해 있는데, 지하 1층에 풀무원에서 운영하는 건강한 구내식당이 있다는 것과 신논현역 2번 출구 바로 앞이어서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 나같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걸어서 삼 분이면 교보문고에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일테다.
+ 함께 할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머신러닝 전문가를 뽑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주시길!
동호야
정말 정말 대단하다
축하한다
더 많은 발전을. ..기도할께
소영엄마. (미쿡)
2014/06/24 at 22:34
[…] 전에 네 번째 사무실로 이사를 했는데, 공교롭게 바로 일주일 뒤에 네 번째 투자를 마무리했다. […]
네 번째 투자 | 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2014/07/14 at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