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가치
(2024년 1월 31일, 한국신용데이터 공동체 구성원에게 보낸 노트 내용을 옮겨둡니다.)
얼마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기업인 및 정책결정권자와 세계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 참여한 경험은, 개인적으로 큰 배움이었습니다.
다보스에 도착해 얼마 되지 않아 알게된 것은, 그 시기에 모여있는 그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나누고 교류하는 것에서 훨씬 많이 배우고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포럼 세션은 사람들이 모이는 기반일 뿐이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리시 코슬라 오크노스(영국 사업자 특화은행) 창업자,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캐피탈 창업자(한국에는 ‘원칙’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있기도 하죠),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창업자(작년 11월에 뉴욕에서 만난적이 있기도 합니다)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깊은 경험과 통찰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생각할 화두를 여럿 얻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꾸준함입니다.
KCD 공동체가 추구하는 소상공인 전문 금융 서비스의 사업적 가치가 크게 확장된 사례가 세계 각지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는데요. 오크노스만 아니라 멕시코에서 사업자 대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Kapital도 포럼에서 만나 알게 됐습니다. 비슷한 서비스가 전 세계에 있다는 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당연히 다른 사람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고, 결국 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을 해내고야 마는 꾸준함이 아닐까요.
하지만 꾸준함도 방향성과 원칙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꾸준함의 대명사인 월마트의 전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의 이야기로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더그는 고등학교 때 월마트 물류창고 정리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습니다. 근속 30년차에는 CEO에 오르고, 근속 40년이 되도록 10년째 CEO로 근속중입니다. 꾸준함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상황,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더그의 생각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오프라인 마트에 오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 월마트가 단기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을 때 더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매장을 모두 닫고 온라인 커머스에 올인해야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은 오직 목적과 가치뿐이다.”
“…literally everything is open for change except we have this purpose and we have these values … if customers don’t want stores and they want everything to be in e-commerce, we’re going to pivot, we’ll close the stores and we’ll go do everything else.”
– Doug McMillon, CEO of Walmart
더그가 말한 목적과 가치는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사장님에 대한 깊은 공감’과 ‘사업의 모든 순간을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만들겠다는 우리가 목표하는 변화의 모습(outcome)과 같은 개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으로 인해 우리 고객 사장님의 사업에 보탬이 되어지는 그 변화를 일컫는 것이죠. 그렇게 우리는 세월을 버텨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서비스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 사장님을 만나서 “우리가 무엇을 더 해드리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것이 시작점입니다.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이 ‘무엇 때문에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지’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음력 설의 가장 큰 장점은 힘껏 다짐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새해를 맞아 여러분께 드렸던 이야기 중 한 문단을 다시 인용해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유기적 성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코어 근육’을 키울 것입니다. 즉,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구조적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겠습니다.”
– 켈빈, 2024년 신년사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정면돌파) @ 2024년 1월 4일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은 ‘사업의 모든 순간을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똑똑하게’ 만들어내겠다는 우리의 목적입니다. 우리가 해내는 많은 일의 모습이 서로 조금씩 다르더라도, 그것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점은 ‘사장님에 대한 깊은 공감’이라는 우리의 가치이고요. 새해에는 더 자주 우리 고객 사장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봅시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모두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 2024년 1월 31일, 켈빈
칼라일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 이야기 @ 세계경제포럼 뉴욕 오피스
지난주 뉴욕에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창업자를 만났다. 데이비드는 많은 창업가와 투자자와의 대담 시리즈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세계경제포럼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어서 직접 뵐 수 있었다. 칼라일은 1987년 설립되어 현재 약 500조 원($382B)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모펀드로, 경제 수도(뉴욕)에 뿌리를 둔 블랙스톤과 KKR과 다르게 정치 수도(워싱턴 DC)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정치 경제를 포함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눴지만, 외부에 공유하기 어려운 내용은 제외하고, 성공적인 창업가에 대한 관점과 칼라일 창업 초기에 대한 이야기만 따로 메모해 둔다.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생각하는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큰 실수와 그것을 해결한 방법에 대해 질문을 했었고, 상장 이후 회사에 있던 여러 일화로 답변해 주셨지만, 맥락상 여기에 옮기진 않는다.)
- 어떤 회사가 잘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버드 재학 중이던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대해 설명했을 때 그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that would never get anywhere)이라고, 제프 베조스에게는 그것도 안 될 것이라고(don’t think his company would make it) 이야기하기도, 넷스케이프가 아무런 비즈니스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는 우리는 그런 투자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we’re too sophisticated for that)고 이야기하며 거절했습니다.
- 유념해야 할 것은 훌륭한 벤처 캐피탈도 10개 중의 9개의 실패는 사실상 실패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할까요? 성공적인 창업가는 결국 추진력 있는 CEO(a driven CEO)이면서도,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르는 사람(people who didn’t know how little they didn’t know)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창업자 중에 20대 혹은 30대가 많은 이유는, 그들이 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they don’t know very much and therefore they don’t know they can’t do this)입니다.
- (데이비드 본인처럼) 70대가 되면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70대가 창업한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 그렇기 때문에 제가 투자하고 싶은 경우는 추진력이 강하면서, 약간 미친 것 같으면서도 ‘합리적인 대화를 못 할 정도로 너무 미치지는 않은’ 창업자(a little bit crazy but not so much crazy that he or she can’t have a reasonable conversation.)가 있는 때입니다.
- 이런 추진력 있는 CEO는 나쁜 비즈니스 모델이나 나쁜 사업 계획서를 (결국은) 극복해내고는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회사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시점에 회사가 시작될 때 있던 사람들이 종종 자리에 없다는 사실입니다.(the guys at the beginning very often don’t show up when the company is that successful.) 마이크로소프트의 폴앨런도 그렇고, 애플의 스티브잡스(물론 나중에 다시 복귀했지만, 12년이나 회사를 떠나 있었습니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속해서 노력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아니오’라는 대답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런 과정에서는 때로는 불편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불편한 사람이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가장 사교적이고 쾌활한 사람이 위대한 새 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더 낮을 겁니다. (Not every obnoxious person is actually going to build a great company, but generally the person with the greatest social niceties and the person who’s the most pleasant person probably is not going to build the greatest new company.)
- (데이비드 본인이) 칼라일을 창업했을 때에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다면 (칼라일을) 절대로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모펀드 대부분이 뉴욕에서 시작한 것과 다르게 칼라일을 워싱턴 DC에서 창업한 이유는, 투자은행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뉴욕에서 창업을 시도할 신용도 없었지만, ‘도시에서 쫓겨날 때, 앞장서서 행진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위해서였습니다. (when you’re getting kicked out of town, get out in front and pretend you’re leading a parade.) 제가 처한 상황(지미 카터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면서, 백악관에 몸담고 있던 경력이 끝난 것)을 이용했던 거죠. 뉴욕에 있는 사모펀드와 다르게 연방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 내 자산이었습니다.
- 칼라일을 시작했던 1980년대 당시 대부분의 미국 투자 회사는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이아웃, 벤처캐피탈, 부동산투자 등 여러 투자 영역에 동시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었고(보통 한 개 전문 영역에 집중했고), 유럽이나 아시아처럼 미국 밖에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칼라일은 그것을 반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바이아웃, 벤처캐피탈, 부동산투자 등 다양한 투자 펀드를 모두 조성한 다음, 그것을 칼라일이라는 브랜드에 집중시켜 자금조달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만약 칼라일의 바이아웃 펀드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내서 만족했다면, 칼라일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탈 펀드에도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지금 와서는 블랙스톤, KKR, 아폴론 등이 그 방식을 더 크고 더 잘 해내고 있지만, 그 방식(multiple disciplines, centralizing fundraising, legal, tax accounting and then I tried to globalize it.)은 제가 처음 고안한 방식이었습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내가 사모펀드 세계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 알았더라면 이런 것을 시도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 회사를 세울 때 해야 할 일은, 많은 부정적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면, 아무도 처음에는 그것이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사람들은 “만약 그것이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이미 누군가가 그것을 했을 테니까”라고 말하면서 그것에 대한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기 일쑤입니다.
- 나아가 회사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자질을 꼽자면 1)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아는 것(to know where you’re going.), 2) 그것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것(all of life is about convincing people to do what you want),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3) 솔선수범(the most effective way is to do what you want people to do lead by example.)입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현재 74세(1949년 출생)로 칼라일의 일상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케네디 센터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비영리 활동과 더 나은 국가를 위한 자선활동(patriotic philanthropy)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7주년에 부쳐
7년 전 오늘, 한국신용데이터는 자본금 300만 원으로 설립되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는 “금융산업은 변화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1년 반쯤 되었을 무렵엔 “사장님들이 ‘매일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으며, 3년이 되어가던 겨울에는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사업장이 20만 개가 넘었다“고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작년 여름, 한국신용데이터의 자회사(한국평가정보)가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 허가를 받기도 했다. 오늘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겨둔다.
한국신용데이터 구성원 여러분께,
2023년 4월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한국신용데이터의 외부 감사보고서가 처음 공시되었습니다. 전년도 매출액 혹은 자산이 500억 원 이상인 경우, 외부감사법에 따라 비상장법인도 실적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까닭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22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646억과 자산 1,419억을 기록했습니다.
7년 전 오늘, 한국신용데이터는 열 평짜리 오피스텔 한편에서 인터넷으로 법인설립 신청을 했고. 6년 전 오늘,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288개에 불과했습니다. 돌아보았을 때 아쉬운 것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많은 사장님이 우리 서비스에 애정을 갖고 사용해 주시고, 또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분주히 보내다 보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지난가을, 작년 이맘때를 돌아보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요. 단언컨대, 우리는 6주년을 맞았던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고객, 서비스, 구성원,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점에서 -전례없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지나오면서도- 제법 많이 나아왔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공동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장은 60만 개 늘었고(140만 → 200만), 구성원은 130명 늘었으며(210명 → 340명), 분기 매출은 278억 늘었습니다. (48억 → 326억) 외적 성장은 공동체 회사의 영향이 컸지만, 같은 기간 캐시노트 서비스가 많이 발전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캐시노트 서비스 이용 빈도는 50% 이상 늘었고, 마켓 서비스를 통해 사장님이 캐시노트에서 가게 운영에 필요한 식자재와 물품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사업자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여러 금융상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홈탭 개편과 브랜드경험 정립을 포함해 크고 작은 고객 경험 개선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여정의 시작점엔 우리를 신뢰해 준 사장님이 있고, 사장님의 문제를 풀기 위해 헌신해 준 구성원 여러분이 있으며, 우리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주주가 있더군요. 물론 커진 규모만큼 책임감은 늘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사장님에게 더 많은 효용을 드릴 수 있게 되었기에 더 잘 해낼 거란 기대도 합니다. 함께하는 훌륭한 동료들도 많아졌고요.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 그렇게 앞으로 1년을 더, 함께 성장해 나가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 켈빈
한국신용데이터 창립 7주년에 부쳐, 구성원에게 보낸 메모 (2023년 4월 27일)
다시, 커브 길에서
이번에 하려는 건 전자증빙 데이터(electronically verifiable data)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방법론을 이용, 중소사업자 자금조달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일입니다. (…중략…) 다시 말해, 지금까지 비어있던 재무/정량 데이터 기반 중소사업자의 신용평가모델에 대한 요구가 지속해서 커질 것이 자명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2016년 5월 22일)
지난 수요일, 6년 전 봄에 보냈던 메일을 다시 찾아봤다. 한국신용데이터를 시작하면서 가까운 몇 분에게 말씀드렸던 ‘데이터 기반의 사업자 신용평가’가, 드디어 제도권에 안착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 주도로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보험, KB국민은행, 현대캐피탈, 전북은행, 그리고 웰컴저축은행과 함께 설립한 한국평가정보(*1)는 2022년 7월 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로 허가받았다. 금융정보를 토대로 평가하는 전업 신용평가사(금융CB)로 범위를 넓혀 보아도,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새롭게 인가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6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사업자 자금조달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한국신용데이터가 해결하는 사업의 순간 중 하나가 되었고. 우리는 자금조달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키는 모든 과정이 더 쉬워지게 하겠다는 더 큰 꿈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객 기반이 시작할 때의 상상보다 더 큰 규모로 늘었고, 그 속도가 여전한 까닭에 가능한 일이다; 2022년 6월 말을 기준으로 한국신용데이터 공동체(*2)의 서비스는 150만 개 넘는 사업장에 제공되고 있으며, 상반기에 늘어난 수만 35만(*3)에 이른다.
2016년에 이야기했던 커브 길을 돌고 나왔을 때 우리는, 가장 많은 동네가게들에서 쓰이는 경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이 되었다. 지금 우리 팀이 들어선 또 다른 커브 길을 멋지게 돌아 나올 때는, 캐시노트가 사업의 모든 순간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비스로써 모든 사장님으로부터 압도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곧 사명 변경 예정으로, 아직 정식 명칭은 '데이터 기반 중금리시장 혁신 준비법인'이다. *2. 한국신용데이터 본사와 5개의 공동체 회사는 캐시노트, 비즈봇, 아임유, 푸짐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3. 캐시노트를 출시하고 2년 동안 20만 사업장 고객을 확보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올해 성장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틈을 넘으며
출시하고 7개월 만에 3만 번째 고객사를 맞았다. 전국에 행정동이 3천 개 조금 넘으니, 어느 동네에 가든 캐시노트를 쓰는 사업장이 10개씩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200만 개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여정은 말 그대로 1%밖에 지나지 않았다.
3만 번째 고객사에 덧붙여 (2017.12)
이후 1년 2개월 동안 캐시노트를 도입한 사업장은 7배 늘어 20만 개를 넘었다. 지난해 여름 10만 개를 기념하는 글을 적다가 탈고를 못다 했는데, 이번에는 꼭 메모를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만’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목표하는 시장의 어디쯤을 지나는지 가리키는 중요한 이정표인 까닭이다.
기술수용주기 모델과 ‘캐즘(chasm)’의 개념을 제시했던 제프리 무어 박사는 신기술이 처음 보급된 후 대중적으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단절이 발생하는데, 그게 전체 시장의 13~19% 지점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따라서 그 틈을 지나고 있는 서비스의 성장세가 견조하다면 좋은 신호, 반대라면 좋지 않은 뜻일 테다.
캐시노트에 대입해보자.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는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사업장’인데. 국내 활성 카드 가맹점(월 1회 이상 카드 결제가 발생하는 매장)이 약 150만 개로 추산되므로, 이 시장의 틈은 약 20~30만 개 사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신규 고객사 추이를 보면, 서비스를 출시한 첫해 월 3천 개 수준에서 이듬해 월 1만 개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월 2만 5천 개씩 늘고 있다. 이번 달에 새로 캐시노트를 도입된 고객사만 3만 곳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성장세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국내에서 매월 신규 계약되는 카드 가맹점은 약 4~5만 개 수준이니,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여지도 열려있다.
즉, 캐시노트는 초기 시장을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중이다. 몇 달 안에 드러나겠지만, 지금 추세라면 곧 틈의 구간을 완전히 넘어서 주류 시장에 안착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은 우리가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에 있어 무서운 신예(enfant terrible)를 넘어 대세(mainstream)로 인정받는 원년이 될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자가 매일 마주하는, 직접 처리하기 어렵고 번거로운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해 왔다. 오늘 얼마나 돈이 들어오고 나갈지와 같은 기초적인 현금흐름 관리부터, 재방문 고객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방문했던 고객들이 우리 가게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주위 상권과 비교했을 때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까지.
기능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로켓을 만드는 일처럼 보이지 않지만 1)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2) 사업자를 최우선순위로 놓음을 타협하지 않으며, 3) 일관성 있게 의사결정을 지속하는 일은 로켓을 만들기보다 쉽다고 볼 수 없다. 예컨대, 단골 비율을 알려주는 기능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사람들은 식당 문을 열고 나면 처음 물어보는 게 매출이 얼마냐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매출 같은 걸 따지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손님의 재방문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 한 번 왔다가 다시 찾는 비율이 70퍼센트가 넘으면 그 매장은 성공한 것이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백종원씨 말처럼 단골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장사를 안 해본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캐시노트 이전에 재방문 고객 비율을 제대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사업장의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재방문 비율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사장님이 해당 상권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게끔 돕는 것. 우리가 깨어 보인 콜럼버스의 달걀 중 하나다.
데이터 비즈니스는 사람과 자본이 많을수록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깊고 정교한 구상으로 제품을 단단히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채용에 있어 대단히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타협하지 않는 이유이자, 통상적인 경우보다 이른 시점에 시니어 리쿠르터 포지션을 열게 된 이유다.
전국 20만 개 넘는 사업장에 도입되어 있고, 매월 3만 개에 달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연간 60조 원 이상의 오프라인 결제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열 명이 조금 넘는 규모다. 소수정예를 유지함으로써 1) 고객에게 더 많은 조각(pie)을 양보해도 괜찮은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었고, 2) 팀원마다 더 큰 배움과 보상이 주어지는 조직 구조를 확립했으며, 3) 외부에 의지하지 않아도 괜찮은 재무 구조를 견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사업자를 가운데 두고 뭉친 젖은 눈덩이(wet snow)는 틈을 넘어서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덩이가 굴러갈 언덕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 보인다. 지금 이 여정에 합류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