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은 이겨서 증명해라
국내 최대 포털회사가 패션중심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갑론을박이 많다. 상생을 생각하면 인수했어야하는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대기업이 들어오면 지게될 사업이라면 애초부터 지속가능한것이었냐는 반문도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해당산업의 기존 대기업이 뛰어들었을 때 유지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어냐고 꼭 묻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뾰족한 기술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하거나, 속도를 살려서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놓겠다고 대답하는게 보통이다. 즉, 그들이 뛰어들어도 우리가 이길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발하는게 벤처기업이다. 그러면 이겨서 증명해야하는게 아닌가? 일례로 소셜커머스 산업의 경우, 태동하던 시기부터 수많은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뛰어들었지만, 결국 티켓몬스터와 쿠팡을 위시한 벤처회사들은 시장의 주도권을 잃지않았다. 그 과정에서 벤처회사가 다른 벤처회사를 인수하며 성장을 가속하거나,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든 사례도 적지않았다. 치열한 경쟁이 살아남은 이들의 체력을 강화한것도 사실이다. 과실은 소비자에게 간다.
다시 생각해보자.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출시하면서 유사 스타트업을 인수해야만 상생인걸까? 인수하는게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경우가 있을테고, 한쪽이 손해보는 경우도 있을거다. 산업이 뜨거워지면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진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가 대기업이 아닌 빠르고 뾰족하게 움직였던 벤처기업이었던걸 우리는 종종 보지않았던가. 기세등등하던 야후는 당시의 중소기업이던 엔에이치엔에 밀려 한국에서 철수했다. 납품처를 압박하는류의 불공정거래를 막을 일이지 합리적 경쟁을 막아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시장의 기회를 발견하고 신념으로 탑을 쌓아가는 모든 기업가들을 존중한다. 나아가 당대의 대기업이 뛰어들어 자본으로 밀어붙여도 꿋꿋이 버티며 사업을 성장시켜온 기업가들을 존경한다. 당연히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보자. 이럴수도 있다는걸 모르고 시작했는가?
장벽을 넘어서
랜디 포시는 ‘마지막 강의’에서 장벽이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장벽은 존재한다고 했다. 장벽은 절실한 당신이 아닌, 절실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다는 얘기다.
아이디인큐를 설립하고 세번째 해다. 세명이 시작한 회사는 어느새 서른명이 훌쩍 넘는 구성원들과 함께 더 확실해진 방향으로 더 큰 자신감으로 뛰어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도전들이 있었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미뤄둔 학업을 다시 시작한 분들도 있었고, 주위 소중한 사람들과 커리어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의 분들도 있었다. 또 대표로서의 내가 서툴렀기에 마음상했던 분들도 있었으리라.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고있는 열댓분의 마음은 오로지 내 책임으로 남겨둘 일이다.
그럼에도 마흔명 넘는 분들의 소중한 마음을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과분하게 고마운 일임에 분명하다.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는, 절실함을 무기로, 앞에놓인 장벽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끝내 없어지는 순간은 오지않을거란것도 알고있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역할은 멈추지않을 이 사람들과 쉼없이 원하는 것.
거센 물살은 바위도 띄운다
카우보이들은 어떻게 몇 백 마리나 되는 소들을 한 번에 몰아갈까? 소 한 마리 한 마리 방향을 잡아서는 열 번째 소와 씨름하는동안 그 전 아홉마리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질게 분명하다. 기세다. 동시에 수십마리씩 몰아간다면 무리에 흐름이 형성되기에 한 두 마리가 반대 방향으로 가려해도 거스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전쟁을 잘하는 자는 승패를 기세에서 구하지 병사들을 문책하지 않는다. 그래서 능력있는 자를 택하여 임명하고 그에게 기세를 준다. (故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 故能擇人而任勢. )
스포츠 경기를 보아도 가끔씩 실력있는 팀이 분위기에 밀려 기세좋은 팀에게 질 때가 있다. 한일월드컵 때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흐름을 탔던것처럼. 전제를 하나만 꼽자면, 거리다. 딱딱한 것이 부드러운 것에 깨어지는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목표물과 가까이 있어야하는 까닭이다. 물을 손으로 퍼내면 약하지만, 물살이 거세지면 큰 바위도 쓸려가는 법이다.
약속을 지키자
신년을 맞아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쓰던 중이었다. 회사의 대표를 맡게된 시점의 메일을 다시 꺼내보았다. 지금보다 사람에 대한 강조가 더 선명하다. 아이디인큐는 태생부터 사람이 먼저였기에, 그리고 당시엔 오픈서베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이었던 까닭이다. 이른바 포부는 이랬다.
궁극적으로 ‘의미있는 도전을 함께하고, 성과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며, 개인의 발전을 지원하는, 행복한 회사‘라는 대명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하고싶은 방향을 최대한 고려할 것입니다.
내가 한 다짐들을 돌아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자던 구성원들에 대한 약속, 더 나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거라던 오픈서베이 고객들에 대한 약속, 그리고 훌륭한 팀과 사업모델의 가능성을 믿어달라던 투자자들에 대한 약속. 과분하게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받아왔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난 얼마나 실천해 보였는가.
그래서 새 해 목표는 단순하게 정했다. 내가 한 말을 지키자. 사업이 커져도 사람이 먼저인걸 잊지않는 행복한 팀, 기업들의 정확한 시장분석을 돕는 단단한 서비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재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자랑스러운 포트폴리오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올 해의 마지막 날에 담백하게 증거할 수 있기를.
하지 말아야 할 일
몇일 전 점심을 먹다가 회사문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게 무얼까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디인큐에는 다양한 문화와 제도들이 있다. 직급없이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는 문화라던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라던지. 돌아보면 이러한 것들은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했다. 기업문화는 구성원들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어떤 회사가 이런걸 하니까 좋더라며 우리도 해볼까하는 접근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 이런건 꼭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다니던 회사 A에서는 꼭 저녁회식을 고집했다. 말로는 안와도 된다고하면서, 다음날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얼마나 눈치를 주던지. 게다가 1차 끝나고 자리를 뜰라치면 흘겨보는 눈이 적지않았다. 그래서, 아이디인큐에서는 회식을 기본적으로 점심에 잡는다. 외근 등으로 모두가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저녁에 하지만, 안온다고 눈치주는 일은 안될 일이다. 매달 세번째 금요일 오후에 함께하는 먼쓸리 리프레쉬에 전사회식을 갈음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런게 있어야 한다’는 접근이 아니라 ‘이런게 없어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 회사분위기가 좋으려면 분위기메이커가 필요한게 아니라 꼰대가 없어야 한다. 친목을 도모하려면 억지술자리를 만들게 아니라, 같이 하고싶은 활동을 이런저런 핑계로 막지 말아야한다. 업무에 있어서도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더 중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