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스타트업 이야기

한국신용데이터, 오픈서베이, 그리고 기업가정신

사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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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사선으로 출근한다 – 날아다니는 총알만 보이지 않을뿐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돌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팽팽한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후방으로 빠지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예기치 못한 기습에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상대편 몰래 특공대를 운용해 판도를 바꾸려고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끊임없이 전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에는 무엇보다 기세가 중요했다. 일렬로 돌격하는 상황에서는, 앞으로 나가며 칼에 힘을 실을 순 있어도 뒤로 물러날때엔 불가능한 까닭이다. 밀리면 끝나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총으로 대변되는 원거리 무기가 보급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전략의 범위가 넓어졌고, 수적으로 열세인 군대가 이기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머리수가 적다고 무조건 불평할 일이 아니게 된 셈이다.

사업초기에는 자원이 부족해서 백병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특출난 장수 한 두명이 전장을 휘저을 수 있었고, 또 그럴 수 있을만한 판만 선택했다. 그러다 사업이 한 단계 나아가면서 – 총을 갖게 되었을 때 – 복합적인 전략구상이 가능해졌는데. 복잡한 전략을 실행하려면 합이 잘 맞아야한다. 눈빛만 보고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오래된 전우가 빛을 발하는 시점이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8/04 at 00:02

미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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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옳다고 믿는게 있기 마련이다. 헨리 포드는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했고,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여성이 비행기를 모는 세상을 상상했으며,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의 기치를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미션이라 함은 절대적으로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특정한 개인에게 들어맞는 구체적인 방향을 의미한다. 또 그것이 명확한 사람일수록 보편타당한 사람들에게는 편협하게 비춰질 수 있는데, 그건 그 누군가가 보고 온 미래가 너무 멀리있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미션은 이른바 적합한 미래다. 믿는 사람은 달성했을 때 도래할 세상의 잔주름까지 그려낼 수 있지만, 믿지않는 사람은 아무리 구체적으로 설명해줘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요하거나 노력한다고 바뀔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자하는 근원적인 방향성에 공감하느냐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꼭 맞는 옷이 존재할 수 없듯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미션이란 없다. 만약 그런게 있다면 너무 두루뭉실해서 실체를 건져낼 수 없을거다. 맞거나 맞지않거나 – 결국 취향의 문제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6/27 at 18:07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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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건 무슨 뜻일까? 개별적으로 맡겨진 업무를 잘 해내는것만으로는 충분치않다 – 정확하게 짚는다면 그 정도는 최소한이다. 잘한다는건, 구성원들의 존중과 이해를 얻어내어 일이 되게 만든다는걸 의미한다. 내가 맡은 부분은 여기까지, 거기부턴 당신 일이라고 선긋는 사람이 아니어야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존중과 이해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단연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폼나는 발표기술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구두와 서면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소통능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배경상황을 충분히 공유함으로써 상황인식에 대한 온도차를 줄이는 것.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고있는 이 업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게 어렵다면 셋 중 하나다. 애시당초 필요없는 일이었거나, 과도하게 서두르고 있거나, 혹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거나.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4/24 at 22:46

첫 번째 연례서신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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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워렌버핏의 연례서신이 수많은 미디어에 보도될 정도로,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형식적인 재무요약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아이디인큐의 두 번째 주주총회를 진행하면서 이걸 한 번 제대로 써보기로 결심했다. 아직 공개기업은 아니지만 소프트뱅크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의 투자를 받고나서 첫 번째 결산이기도 했고, 우리가 어디까지 왔고 어디를 향할지 주기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중 일부를 공유한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성과는, 우리가 꾸준하게 잘해낸다면, 아이디인큐와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1% 지점에도 미치지 못할겁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스마트폰을 쓰고있는 오늘날, 모바일 리서치는 고객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대폭 절감시켜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지속적인 기술고도화는, 시장에 대한 보다 완벽한 이해를 고객들에게 제공할겁니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비용효과성은, 조사가 필요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시행할 수 없었던 기업들에게 유일한 대안이 됨으로써 신규시장을 만들어나갈겁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픈서베이를 산업전반에 있어서 지속가능하며 견고한 신뢰를 받는 브랜드로 만드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픈서베이의 미래는 모바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이름에 모바일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에게 완전한 형태의 소비자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점을 통합적으로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는 이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시장조사 플랫폼이지만, 소비자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어야만한다. 따라서 아이디인큐는 시대에 변화에 맞춰 ‘가장 진화된 형태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제공하는걸 목표로 한다.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주주가치 극대화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오픈서베이가 현재의 시장 영향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시장 영향력이란 행복한 고객들, 신뢰받는 브랜드, 높은 매출과 수익성을 통칭합니다. 리서치 산업에 있어서 아이디인큐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극대화될것이며, 이는 투자자본에 대한 수익상승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내리는 모든 의사결정들은 장기적 관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물론 장기적 관점을 견지하되 단기적인 현금흐름과 선투자의 균형이 전제되야 한다. 무한한 시간과 돈이 있다면 이상적인 회사와 사업모델을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고있는거지 연구재단을 운영하고 있는게 아닌 까닭이다. 매 순간 최선의 제품을 만들고, 그 순간 그걸 인정해주는 고객을 끊임없이 찾아내야한다. 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무작정 도자기를 깨어버린다면 이 곳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걸 그대로 내보낼 순 없다. 결국 균형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치열하게 달려온 유능한 구성원들 덕분이며, 저는 이렇게 훌륭한 팀원들과 일하고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러한 수준의 인재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디인큐는 채용기준을 단 한차례도 낮춘적이 없으며, 이는 1000여명에 달하는 누적지원자들 중에서 30명에 불과한 사람들을 선발했다는 사실이 방증합니다. 당연히 이렇게 뛰어난 사람들과 모으고 또 한 팀으로 일하게 만든다는건 절대 쉬운일이 아닙니다. 가장 진화된 형태의 리서치 솔루션으로 고객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겠다는 비전에 헌신하는 인재들을, 이정도로 많이 모을 수 있었다는것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초 일주일동안 진행한 공개채용에 500명 넘게 몰렸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시간이 적지않게 흘렀다. 그 과정에서 나는 대표역할을 잘 수행했나, 그리고 약속들을 지켜왔나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어떠한 창업자에게도 좋은 대표역할을 지속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블랙베리의 마이클 라자리디스조차도 결국은 수성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헨리 포드, 에스티 로더,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앞으로도 쉼없이 도전하고 그 너머를 제시하는 비저너리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4/04 at 18:53

카피캣은 이겨서 증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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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포털회사가 패션중심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갑론을박이 많다. 상생을 생각하면 인수했어야하는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대기업이 들어오면 지게될 사업이라면 애초부터 지속가능한것이었냐는 반문도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해당산업의 기존 대기업이 뛰어들었을 때 유지될 수 있는 경쟁력이 무어냐고 꼭 묻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뾰족한 기술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하거나, 속도를 살려서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 경제적 해자를 만들어놓겠다고 대답하는게 보통이다. 즉, 그들이 뛰어들어도 우리가 이길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발하는게 벤처기업이다. 그러면 이겨서 증명해야하는게 아닌가? 일례로 소셜커머스 산업의 경우, 태동하던 시기부터 수많은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뛰어들었지만, 결국 티켓몬스터와 쿠팡을 위시한 벤처회사들은 시장의 주도권을 잃지않았다. 그 과정에서 벤처회사가 다른 벤처회사를 인수하며 성장을 가속하거나,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든 사례도 적지않았다. 치열한 경쟁이 살아남은 이들의 체력을 강화한것도 사실이다. 과실은 소비자에게 간다.

다시 생각해보자.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출시하면서 유사 스타트업을 인수해야만 상생인걸까? 인수하는게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경우가 있을테고, 한쪽이 손해보는 경우도 있을거다. 산업이 뜨거워지면 자연스럽게 옥석이 가려진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가 대기업이 아닌 빠르고 뾰족하게 움직였던 벤처기업이었던걸 우리는 종종 보지않았던가. 기세등등하던 야후는 당시의 중소기업이던 엔에이치엔에 밀려 한국에서 철수했다. 납품처를 압박하는류의 불공정거래를 막을 일이지 합리적 경쟁을 막아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시장의 기회를 발견하고 신념으로 탑을 쌓아가는 모든 기업가들을 존중한다. 나아가 당대의 대기업이 뛰어들어 자본으로 밀어붙여도 꿋꿋이 버티며 사업을 성장시켜온 기업가들을 존경한다. 당연히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보자. 이럴수도 있다는걸 모르고 시작했는가? 

Written by Kelvin Dongho Kim

2013/03/06 at 18:01